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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퇴출]태풍속의 재계·금융권


3일 발표된 퇴출기업 명단에 포함된 해당기업은 ‘올것이 왔다’며 아연해 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회생’으로 가닥이 잡힌 기업들은 희색이 만면해 희비가 엇갈렸다. 재계는 이번 ‘퇴출’기업 확정 발표로 국내 경제가 활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퇴출은 인위적인 가이드라인 설정에 따른 것이 아닌 시장원리에 의한 ‘자연 퇴출’을 유도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공식 논평을 통해 “이번 부실기업 정리를 계기로 기업구조조정이 일단락됨으로써 경제정상화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대한상의는 또 퇴출기업이 밝혀진만큼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 실업 증가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전경련은 정부가 분석한대로 이번 퇴출조치로 살아남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다시 재개되고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도 회복으로 증시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이로인해 기업금융이 정상화되면서 국내 경제가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향후 부실기업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상시적으로 퇴출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틀전까지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일손을 놓고 있었던 현대건설 직원들은 3일 ‘회생’쪽으로 채권단의 의견이 최종 확정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가 이날 “더 이상 현대건설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자력으로 물품대금을 갚지못할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 경영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불안감이 남아있는 모습들이었다.

○…섬유업종에서는 퇴출거론당사 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의 ‘개악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H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퇴출발표가 부실기업에게 ‘면죄부’를 주고, 가속화해야 할 섬유산업의 구조조정을 오히려 가로막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이 관계자는 또 “퇴출기업선정 발표가 없었다면 섬유업은 어떤 형태로든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재편의 움직임이 나왔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이밖에도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논한다는 게 우습다”는 뼈있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상용차 퇴출결정과 관련, “국내 건설경기 위축과 상용차 메이커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현재의 규모로는 투자를 통한 회생이 불가능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삼성상용차 퇴출로 현행 기업퇴출의 장벽이 낮춰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번 구조조정 발표때도 그랬듯이 일단 이번 발표로 시장 불안요소는 상당부문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이에따라 국내 증시도 침체에서 벗어나 경영환경도 호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실기업 퇴출 대상에 들었던 쌍용양회를 비롯한 ㈜쌍용·쌍용해운 등 쌍용 계열사들이 정부와 채권단의 막판 고심 끝에 ‘회생 기업’으로 구제되는 행운을 안았다.

쌍용 관계자는 “쌍용양회의 최근 외자 유치 성사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회생의 기회를 잡은 것 같다”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비활용 자산과 계열사 지분 매각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소업계는 퇴출기업명단이 발표됐으므로 그에 따라 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퇴출기업 발표는 조금은 인위적이고 급작스런 방법에 의해서 결정된 분위기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가 문제시 되고 있는 시점에서 퇴출기업명단 발표로 중소기업계로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는 원칙대로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살려 국가 경쟁력 제고 및 기업활동에 힘을 실어 주었다는 반응들이었다.그러나 대마불사가 또 한번 확인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안된다”며 “원칙에 충실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조건부 수용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에 파장을 줄 만한 기업은 살리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원칙대로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의 경제 챙기기, 해외 투자자 심리, 기업 구조조정 등의 측면에서 보면 이번 구조조정은 다소 후퇴한 듯한 느낌이 있다”며 “전보다 구조조정 강도는 높으나 그래도 규모가 큰 기업을 거의 다 살렸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을 총 지휘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부실기업 정리의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그러면서도 금감원은 부실기업정리에 간여하지 않고 있음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전날 정몽헌 현대의장을 만난 것에 대해 처음엔 부인하다가 결국에는 시인하는 등 마지막 모양세 갖추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금감원은 이 위원장이 정 의장과 담판을 짓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전정긍긍하면서 “정부의 원칙을 마지막으로 전달했을 뿐”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이는 기업구조조정에 정부가 간여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금감원은 출입기자들에게 정리대상 기업 수를 시간대별로 중계해주면서도 기업구조조정이 전적으로 채권은행단의 결정이었음을 누차 강조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