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fn 초대석-정홍식 러시아두마(국가의회)의원]˝한국자본 유치 특별자치구 건설˝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5 05:18

수정 2014.11.07 12:14


‘찢어질 듯한 가난이 재산의 전부이던 사내’.어설픈 콧수염에 인왕산 호랑이도 때려잡을 만한 덩치. 옛소련의 이시오프 스탈린에 의해 억울하게 일본군 간첩으로 몰려 중앙아시아로 내몰린 우리 한인들의 ‘피맺힌 한’을 러시아니(러시아에 사는 모든 민족의 총칭)의 의회인 ‘두마’ 입성으로 한인의 명예를 회복시킨 정홍식씨에게 따라붙는 말이다. 독립국가연합(CIS)에 사는 한인들은 그를 ‘한인들의 희망’으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지난 2일 오전 9시 ‘FN 초대석’을 찾았다.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그는 러시아어를 섞어 얘기했다.

―서울 날씨가 좋은데…. 원래부터 콧수염을 길렀어요.

▲정홍식=하하하. 멋있지 않나요. 지난번에 서울에 왔을 때는 날씨가 추웠었는데…. 가을이 참 좋긴 좋네요. 여기 여의도가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던것 같은데 많이 변했네요.

―혼자 오셨습니까.

▲정홍식=아내, 보좌관들하고 같이 왔습니다. 아내한테 특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일정이 빡빡해서 아내에게 서울 구경을 제대로 시켜주지 못했거든요. 그저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면 좋은 때도 많겠다는 생각이 요즘은 들어요.

―정의원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습니다.

▲정홍식=뭐, 제가 특별히 악하게 비쳐질 모습은 없잖아요. 가끔씩 서울에서 오시는 손님들을 대접하고 모스크바 시내도 보여드리고 그랬으니까 그런 모양입니다.(쑥스럽게 웃는 모습이 서울의 정치인들 웃음과는 달랐다)

좀 다르게 말씀 드린다면 영양가 없는 정치인이 아닌가 싶네요.

―영양가 있는 정치인이라면 어떤 정치가입니까.

▲정홍식=외모에 신경쓰지 않는 가운데 자기가 소속된 상임위에서 ‘인민을 위한 정책’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영양가 있는 정치인이 아닐까요. 저는 직접 제가 논문을 쓰고 필요하다면 몇날 몇일을 새워서라도 정책을 만들어 냅니다. 현장감 있는 정책이라야 하지요.

―한국 정치판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정홍식=형님들(정의원은 국내 정치인들과의 교분이 아주 넓다)한테 혼나요. 하하하, 지나치게 집단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으로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지만 줄서기가 특히 심한 것 같습니다.

―두마에서 건설?^산업분과위원장이시죠.

▲정홍식=저도 개인적으로는 건설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토목공사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두마에 들어와서 보니까 투자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더라구요. 제가 맡고 있는 분야는 아주 민감한 위원회입니다. 특히 산업분야에서는 러시아의 기초산업근간을 흔들려는 일부 서방 기업들의 잘못된 계산들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드립니다만, 러시아는 경제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측하건데 내년 상반기면 어느 정도 정상궤도를 달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모스크바는 건설 붐이 일어났습니다. 사회주의적인 통일된 건축물에서 동기와 이윤이 접목되는 건축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요. 어떻게 보면 시중에 돈이 풀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경기가 활황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한국의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 기업의 러시아진출 가능성은 없습니까.

▲정홍식=일개 정치인이 오라마라할 입장이 아닙니다. 다만 한국의 기업들이 10년 수교당시처럼 떼거리로 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는 그런 경우는 배제되어야 하고 업종이 중첩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러시아에 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분하고도 장기적 안목에서 러시아를 연구하고 인력들을 부지런히 양산해 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구가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로 알고 있습니다.

▲정홍식=서울에 와서 몇몇분들에게 말씀드렸습니다만, 지금 저를 위시해 몇몇이서 바이칼 호수 주변에 ‘한인특별자치구’와 ‘다차(별장)지구’를 만들려고 합니다. ‘한인특별자치구’에서는 특유의 부지런함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유경제지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두가지가 이뤄지면 이르쿠츠크시 전체 경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우리 한인들이 다소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본도 유치할 예정입니다. 성공가능성은 95%가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이 나왔다는 얘긴데….

▲정홍식=준비를 오랫동안 했습니다. 제 회사는 이르쿠츠크에 있는 최대의 건설회사입니다. 따라서 그런 일을 하기에 충분한 역량과 자본이 있습니다. 또한 행정적인 지원도 별 무리 없이 진행되리라 확신합니다. 더욱이 서울∼이르쿠츠크∼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관광 항공노선도 내년도에는 별 무리가 없는한 만들어질 것으로 여겨집니다.그렇게 되면 한국의 관광객들이 이르쿠츠크에 있는 바이칼 호수를 관광한 후에 고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갈 수 있고, 나아가 북유럽까지도 손쉽게 닿을 수 있습니다. 청청 바이칼로 오십시오.

―바람이 있습니까.

▲정홍식=경제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들었습니다.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여자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친정이 잘 살아야 시댁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것 아니겠어요. 원론적인 얘긴 것 같습니다만…. 여하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차분한 국가가 됐으면 합니다.
너무 서두르며 산다는 생각입니다.

◇정홍식 약력

▲1951년 남사할린 생

▲78년 이르쿠츠크 기술전문학교

▲93년 국가 두마 의원 당선

▲95년 재선

▲2000년 5월 3선 (집권 ‘단결당’ 소속)

▲자녀 1남 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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