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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퇴출―판정이후 업계 기상도] 건설 ´새판짜기´ 섬유 ´자율개편´


지난 3일 채권단의 부실기업 판정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는 건설과 섬유업종이다. 건설업체는 정리대상 52개업체중 14개로 가장 많은 수가 포함돼 향후 건설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섬유업계는 의외로 ‘회생’ 판정이 난 기업이 많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율적 새판짜기가 불가피해졌다.

◇건설=해외건설시장에서의 퇴조가 가속화되고 주택경기도 더욱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이번 파장은 건설업계에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해외건설분야는 물량위주의 수주 구조를 질적우위 체제로 바꿀 수밖에 없으며 국내 건설제도나 수주관행,구조개편노력 등 전향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해외건설시장에서 한국건설업체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되리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 매년 전체 해외건설수주액의 절반이상을 차지해 온 현대건설의 위기가 표면화 되고 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전환으로 국내건설업체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였던 지난 98년에는 오히려 국내 건설업체에 대한 해외발주처의 신뢰도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이번 부실기업정리후 해외발주처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시장은 공공부문의 경우 대림·LG·삼성·금호·SK 등 10위권 안의 건설업체간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발전소 건설시장은 이분야를 주도하던 현대건설과 동아건설의 위기로 시공실적이 있는 삼성·LG·대림 등 3개사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주택시장은 이미 전반적인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수주물량이 3조원대에 이르고 이중 1만여가구를 시공중인 현대건설이 사실상 몰락,이들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전망이고 LG·대림·삼성·롯데 등의 건설업체가 반사이익을 챙길 전망이다.

◇섬유=업체난립과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아온 섬유산업은 이번 퇴출판정이 미치는 파장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화섬과 방직부문서 부실업체 정리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에 정리업체가 상당수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갱생’의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퇴출판정이 ‘곪은 환부’를 도려내지 못하고 정상적인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이에 따라 업체간 자율통합을 통한 경쟁력 향상방안이 재차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판정에서 회생한 고합은 울산 제2공장의 해외매각과 원사 설비의 해외이전 등의 추가 자구안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갑을과 갑을방적은 합병으로 재기를 도모하게 됐다.그러나 이 정도로 섬유가 자력의 기회를 마련하기란 힘들다.구조적인 공급과잉과 일부 기업의 덤핑으로 산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란 견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와 섬유업계의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경영부실의 회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화섬, 가격이 저렴한 수입사의 증가와 중국·인도 등 후발 섬유국의 설비 자동화 진척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 면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섬유산업의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업계 관계자는 “통합, 우량업체로의 흡수,설비폐쇄 등 구조조정안이 조기에 가시화되어야 한다”며 “섬유의 구조조정이 늦어질 경우 시장의 불신이 팽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그동안 승용차사업 매각에 비해 해결의 실마리를 차지 못했던 상용차 부문의 구조조정은 지난 3일 삼성상용차가 청산대상기업에 포함되면서 현대차-다임러크라이슬러간 합작법인으로 재탄생할 전주공장과 현대차의 울산공장, 기아차의 광주공장 등 상용차 전문공장으로 재편될 것 같다. 현대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통해 중대형 상용차를 생산하는 전주공장을 내년초 별도의 합작법인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대우상용차는 대우차 처리 이후 해외에 매각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97년만해도 현대차·기아차·대우차·쌍용차·아시아차·현대정공·대우상용차·삼성차·삼성상용차 등 9개사에 달했던 국내 완성차업체의 수는 현대차·기아차·르노삼성차와 제너럴모터스에 매각될 것으로 보이는 대우차 등 4개사로 축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

◇중소기업=부실기업 퇴출 발표후 1000여개 중소 하청업체들은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모기업의 퇴출로 설상가상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나산·쌍방울 등 주요 의류업체들이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번에 서광·세계물산이 각각 청산과 법정관리 명령을 받자 중소의류 하청업체들은 부도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또 금강화섬과 대하합섬의 정리에 이어 대형 면방업체인 갑을방적이 갑을과 합병되고 화섬사인 고합이 일부사업을 매각하게 돼 하청업체들의 무더기 ‘동반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의류·섬유 중소 하청업체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며 전자조립업체들의 부도 위기감도 증폭되면서 중소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타업종=건설과 섬유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이번 부실기업 판정으로 인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실기업 퇴출에 따른 업종별 경쟁구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와 ㈜쌍용은 그룹의 위상이 크게 흔들림에 따라 대내외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국내 아파트시장에서 도약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현대건설의 추락에 따른 반사혜택으로 한단계 더 점프할 전망이다.

유통은 지난 3일 있었던 퇴출기업 발표의 여파를 가장 덜 받은 업종.

‘청산’ 판정을 받은 진로종합식품과 진로종합유통은 법인명만 살아 있을 뿐 직원도 없는 상태의 기업이다.반면 피어리스는 낙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한때 1300명이던 직원을 400여명으로 줄이는 등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했으나 ‘청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