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시장으로 돌아가자(2)]이제는 질적 경쟁력을 키우자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6 05:19

수정 2014.11.07 12:12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때문에 금융기관에 손실을 줄 수 있는 기업 부채구조를 채권금융기관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어디까지나 채권단의 입장이 전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실물경제의 회복을 외쳐대면서도 실물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는 대목이다.그래서 불만도 많고 개선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단계 구조조정은 기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한 쇠퇴기에 채권금융기관의 채권보전 차원에서 이뤄지는 작업일 뿐 추후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작업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제는 구조조정에도 질적인 고도화를 추구해야 하며 그것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에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칼자루가 채권단에서 실물로 넘어와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는 “때문에 구조조정도 기업이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져야 하며 그것은 새로운 성장잠재력의 발굴과 육성이라는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삼성전자가 가전에서 반도체로,다시 반도체에서 디지털박막액정표시장치 등으로 주력제품을 바꾼 것도 한창 기업이 성장하던 시점에 이뤄진 것은 기업 구조조정의 해도(海圖)와 같다고 말을 끝맺었다.

◇정부의 지원 방안은 뭔가=그러나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 시대에 정부의 개별산업과 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의 길이 좁아진 때에 이같은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음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실물경제의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도 원칙론적이 밑그림만 되풀이하고 있을 정도다.신국환 산자부 장관은 “업종별 기업별로 산학연이 태크스 포스를 구성,경쟁력 강화방안을 찾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신장관이 지난 1일 코엑스(COEX)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 5차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에서 ▲반도체,조선,자동차,기계,섬유 등 주력 전통산업의 확고한 국제경쟁력구축▲정보기술(IT),생물산업(BT),광산업,환경산업 등 신성장산업의 전략적 도전▲부품소재 산업의 세계적 공급지화 등 전통산업·IT·BT의 ‘삼위일체’ 발전 방향을 제시한 게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산자부 내에서는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통해 경쟁력 지도를 만들고 향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분야의 업종을 선별해서 이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방도 즉 한시적인 지원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한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한시적인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법의 시한을 연장,경쟁력을 높였던 사례에서 배울 게 많다”며 이같은 견해를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그것은 구조개편(Restructuring)이 아닌 경생(Restoration)의 취지로 이뤄진 것이지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채택될 지는 미지수다.

◇ 정부와 재계가 함께 가야 한다=문제는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근거가 없어져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첫째 민관이 참여하는 시장감시 기구 예컨대 설비투자의 중복과잉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를 만들어 기업의 이기적인 시장파괴 행위를 미리 방지하는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둘째는 상시적인 구조조조정 시스템을 가동할 것을 제안한다.이미 이런 시스템은 하나씩 둘씩 구축돼 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산자부는 산업발전법에 근거해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지난 해 5월 출범시켰고 재경부는 기업주조조정투자(CRV)회사법을 만들어 기업의 구조조정에 고삐려를 죄려고 하고 있다.법은 국회에 가 있어 통과만 되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 제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CRC의 경우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부실채권을 매입해 정상화하는 회사로 9월 말 현재 538개 부실기업에 총 1조2634억원을 투자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CRC에 대한 혜택이 많이 주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획기적인 세제상의 지원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요컨대 CRC가 투자했던 기업을 팔아 차익을 남겼을 때 법인세를 아예 없애주거나 획기적으로 줄여줄 경우 CRC를 통한 부실기업 회생작업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른 관계자는 “각종 유인책을 덧붙여 M&A시장을 활성화시켜 기업경영인 시장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하고 “회사가 부실하거나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뒤지면 남의 손에 넘어갈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질적 경쟁력강화를 위한 자발적인 기업구조조정의 세번째 방안인 셈이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