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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지구촌Golf라운드] 피지 모캄보호텔 골프장


브룩 실즈가 바람둥이 테니스 스타 애거시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꽃다운 처녀시절 ‘블루라군’이라는 영화에 반라의 몸매를 뽐내며 나타났을 때 지구촌 뭇 남성들은 넋이 빠졌다.

첫째는 그녀의 육체미에,둘째는 푸른 산호초라는 영화제목처럼 저런 낙원이 실제로 이지구상에 있을까 그곳에 가보고 싶은 동경심이었다.

티끌만큼도 오염 안된 푸른 바다 은모래 춤추는 야자수,그곳이 바로 피지.

그러나 그토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에 인간들은 총칼을 들이대며 살벌하게 으르렁 거린다.

영국이 이 섬을 지배하고 있을 때 인도 노동자들을 대거 들여와 사탕수수 농사를 지었다.

백십여년이 지난 지금 영국은 돌아가고 이 나라는 독립을 했지만 인도 노동자들의 후손들이 이 나라에 뿌리를 박고 자손을 퍼뜨려 지금 이 나라 인구는 본토박이 피지인과 인도계 피지인이 반반이 되어 버렸다.

정권은 피지인이 잡고 있지만 경제권은 인도계가 잡고 있어 물과 기름이 되어 화합할 기미가 없다.

비제이 싱이 지난 4월 오거스터에서 지구촌 골퍼들의 열광속에 그린자켓을 입었을 때 피지의 영웅이라 했지만 인도계의 영웅이었지 토박이 피지인들에게는 전혀 영웅이 되지 않았다.

통가(Tonga)라는 초미니 섬나라에서 피지의 난디 공항에 내리니 자정이 넘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모캄보 호텔로 가서 쓰러져 자고 늦은 아침 눈을 떠 커텐을 여니 아,내 평생 그때처럼 기쁜 순간이 있었던가!

호텔 앞마당이 골프코스다.

9홀 골프코스 한 가운데 모캄보 호텔이 앉아 있는 것이다.

이 호텔 투숙객은 우리 돈으로 5000원 남짓 내면 하프 세트 클럽과 카트로 하루 온종일 두 번을 돌아도 좋고 열 번을 돌아도 좋다.

클럽과 카트 렌트 피,그리고 그린 피를 합쳐서 단돈 5000원인데 비해 상대적으로 볼값이 비싸 세 개에 6000원이나 하고,또 한 문제는 골프장이 볼을 잃어버리기 쉽게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아침 겸 점심을 후딱 먹고 카트를 끌고 앞마당에 나가 호주사람 두 부자와 어울려 라운드하게 되었다.

반바지에 윗도리는 아예 훌렁 벗은 채 슬리퍼를 털털 끌고 볼 값이 비싸다고 투덜대며 곧잘 장타를 날리던 50대 중반의 아버지가 6번홀에서 날린 공이 철망 펜스를 넘어가 버렸다.

벌써 4번홀에서 1개를 잃었으니 공이 한 개밖에 남지 않았다.

펜스 밖에서 축구를 하던 열두어살 먹은 새까만 피지 소년 한녀석이 쪼르르 달려가 공을 주웠다.

위리엄 홀덴처럼 생긴 초로의 배불뚝이 호주인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고맙다. 공을 던져라”하고 인자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그 조그만 녀석은 일언지하에 “노!”다.


철망 펜스를 잡고 “그것은 내 공이야” 고래고래 외쳐도 능청스러운 꼬마녀석은 본체만체 지척의 거리 펜스 밖에서 주운 공을 잡초밭에 놓고 어디서 구했는지 아이언으로 피칭 연습을 하며 1달러를 내란다. 그리고 풀밭에서 한 무더기의 공을 꺼내 보인다.

결국 펄펄 뛰던 호주인이 피지 달러 10달러(우리 돈 6000원 상당)를 내고 공 10개를 샀고 두 개 남은 공으로 가슴 졸이던 필자도 덩달아 10개를 사서 마음놓고 휘둘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