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대우차 매각은어떻게]'헐값 사냥' GM에 빌미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8 05:19

수정 2014.11.07 12:11


잠복해 있던 대우자동차의 위기가 불거짐에 따라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벌이고 있는 매각협상도 훨씬 불리해지게 됐다. GM으로서는 대우차의 흠집을 이유로 시간을 끌면서 협상 가격을 더 깎으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대우차에 현행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하든,부도처리를 한 다음 법정관리에 넣든 매각작업 만큼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채권단의 응급수혈이 계속되지 않는 한 대우차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확인되면서 대우차의 기업가치는 더욱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대우차는 극히 일부분 노른자 시설만 헐값에 팔리고 나머지는 청산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고철값 받기도 쉽지 않다=GM은 최근 대우차 실사작업을 끝내고 본협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우차중 어디를 얼마에 살지 전혀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사태진전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불거진 대우차 위기는 GM이 인수가격을 더 깎는데 결정적인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총부채가 18조4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차는 미국 포드와의 1차 매각협상이 무산되면서 기대할 수 있는 매각가격이 3조5000억원대 이하로 뚝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대우차는 최근들어 시장의 신뢰를 더욱 상실,영업력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기업가치가 더 추락하게 된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이제는 기대가격을 2조원대로 낮춰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채권단으로서는 가격 불문하고 무조건 대우차를 팔아야 한다는 게 더욱 결정적인 약점이다. 대우차 설비를 뜯어 팔 경우 산업기반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설령 GM이 청산가치 이하로 값을 후려쳐도 웬만하면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수합병(M&A)의 본고장에 있는 GM이 채권단의 이같은 딜레마를 모를 리 없다.

◇법정관리로 가면 더 어렵다=대우차가 노사 구조조정 합의에 실패해 부도처리후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문제가 더 꼬인다. 법정관리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려 매각작업은 또 다시 2∼3개월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고, 협상가격대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매각주체도 채권단에서 법원으로 바뀌어 채권단은 일일이 법원측과 매각협상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워진다. 더 나아가 대우차 노사가 구조조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우차의 매각을 완전 봉쇄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는 법정관리 때는 예상치 못한 ‘우발채무’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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