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운명의 대우차]노사협상-채권단 입장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8 05:19

수정 2014.11.07 12:11


대우자동차의 최종 부도시한이 7일에서 8일로 연기됐다.

그러나 대우차 최종 부도처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일 오전까지 대우차 노조가 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대우차는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우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매각시한 연장은 물론 ▲제널럴모터스(GM)측의 인수가격 깎기 ▲협력업체 연쇄도산 ▲채권단의 충당금 적립 부담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돼 정부의 2단계 금융·기업 구조조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채권은행의 입장=산업은행은 겉으로는 일단 대우차 회생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7일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는 최종부도시한을 8일 아침까지 연장함으로써 노조측에게 ‘항복을 결심할 시간’을 추가로 주었다. 노조가 회사의 경량화를 위한 인원감축과 임금 삭감에 동의 한다면 채권단이 추가 출혈을 감수하고 신규자금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채권단은 이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지난해 8월 대우차가 처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갈 때 10조원이었던 부채가 올 10월에는 12조원으로 2조원이나 늘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채권단은 오히려 대우차를 하루빨리 법정관리로 넣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노사 합의의 내용에 대해서도 정부 주변에서는 매우 강한 톤의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7일 대우차 노사가 잠정 합의한 내용도 당초 회사측이 노조에 요구한 내용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정부가 간여할 입장은 아니지만 어정쩡한 구조조정으로는 대우차를 회생시킬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도 대우차가 강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시키지 않는 한 금융권이 추가지원을 하기보다는 법정관리로 묶어 강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을 선호한다는 시사여서 주목된다.


◇향후 대우차 처리 일정=일단 부도가 나면 대우차는 14일 이내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최익종 산업은행 대우팀장은 “대우차 법정관리는 회사측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했다.

법정관리가 신청되면 법원은 대우차의 채권, 채무를 동결하는 ‘재산보전처분’을 우선적으로 내린다.또 신청일로 부터 1개월(종전 3∼6개월)이내에 법정관리 개시여부를 확정, 회사측과 채권단에 통보해줄 계획.이를 감안하면 대우차 법정관리는 이르면 오는 12월8일부터 본격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법원은 이어 법정관리인 채권자 주주 보증인 담보제공자 등이 참석한 관계인집회를 열고 관리인으로 하여금 정상화 또는 매각, 정리 등을 판정할 정리계획안을 작성, 제출토록 할 방침이다.

반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법정관리가 신청되면 채권단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대우차 조기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여기서는 주로 대우차 조기정상화 일정, 채권단별 신규자금 배분, 자금관리단 파견, 그리고 매각방안 등이 논의된다.

◇매각차질 불가피=채권단 관계자들은 본격적인 매각 협상은 법원에서 대우차 법정관리인이 선임되는 등 후속조치가 마무리되는 내년초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매각작업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오히려 강한 구조조정으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매각 시점을 뒤로 돌려놓는 것이 국가적으로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 충당금 적립 비상=이번 대우차 법정관리로 일단 대부분 은행들의 충당금 추가적립이 불가피할 전망.현재 은행들은 대우차 여신과 관련해서 40∼50%가량의 충당금을 쌓아놓은 상태다.그러나 대우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대출금은 전액 ‘추정손실’로 간주돼 100%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결국 은행들은 이번 대우차 최종 부도로 최소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2000억원까지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할 형편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사실 대우차가 이 상황까지 올줄은 몰랐다”며 “이번 대우차 사태로 은행마다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