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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경제-물가이야기(2)]인플레이션…화폐가치 떨어지고 물가 상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8 05:19

수정 2014.11.07 12:10


어느 나라에서나 물가안정은 경제성장의 지속이나 국제수지 균형의 유지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물가가 안정되지 못하고 계속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여러 가지 경제적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인플레이션, 이와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디플레이션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따른 어려움을 겪은 경험은 없으므로 여기서는 인플레이션 아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것은 똑같은 금액의 돈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종전에 비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임금근로자와 같이 일정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대다수 사람의 형편이 나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자산의 실제가치는 유지되므로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임금소득자와 자산소득자간의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그 결과 사회불안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또한 인플레이션 아래서는 저축한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어 일반국민들이 저축을 기피하게 된다. 저축이 모자라면 기업이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구할 수 없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지속하기가 어렵게 된다. 한편 기업은 물가가 오를수록 은행채무 상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득을 보게 된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극심할수록 기업들은 기술개발이나 재무구조 개선에는 소홀히 한 채 은행차입에 의존하여 기업규모를 키우려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이는 해당기업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 전반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물가가 오르면 임금, 원자재가격, 임대료 등이 덩달아 올라 기업의 생산비용이 높아짐으로써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출품의 가격은 비싸지는 반면 수입품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진다. 이에 따라 수출은 줄어들고 수입이 증가하여 국제수지가 악화된다.

한편 물가가 장기간 오르게 되면 일반국민들은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데 이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라 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면 근로자들은 앞으로 물가가 상승할 경우 예상되는 실질소득의 감소를 보상받기 위해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기업들은 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제품가격을 올리면 손해볼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근로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에 따라 실제로 물가가 오르게 되며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더욱 부채질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가속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각국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있다.
이는 일단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면 사후적으로 수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조희근 한국은행 물가분석팀 선임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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