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현장진단-위기의 주택건설시장]분양시장 '꽁꽁'…시장 무너지나

이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9 05:19

수정 2014.11.07 12:10


동아건설 법정관리에 이어 국내 최대 건설사인 현대건설마저 부도 위기에 휩싸이면서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 신도시 주택시장도 급랭하고 있어 시장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만연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도권 주택시장=그나마 아파트 경기가 살아있던 경기 용인시 일대의 분양 시장에도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용인 죽전지구를 비롯한 수지읍 상현리·구성면 일대 등 전 지역의 분양권 시세도 급락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분양권 투매 현상이 일어나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쌓이고 있다.
죽전지구 아파트 분양권 시세는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1000만∼2000만원 가량 떨어진 상태이다. 인근 수지읍 상현리 일대의 아파트는 50평형대 이상은 심한 경우 3000만원 이상 떨어진 곳도 있다.

죽전 현대부동산 관계자는 “인근 중앙하이츠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구 중 절반 정도가 분양권을 매물로 내놓았다”고 시장침체를 설명했다. 경기도 광주·김포·파주 등은 더욱 악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분당 등 신도시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급매물이 늘고 있으나 수요자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전셋값과 매매가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

◇위기의 주택업계 대책 부재=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업계는 아파트 분양계획을 취소하는가 하면 각 현장마다 할인판매는 물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3703개 업체 중 지난 8월까지 주택사업을 벌인 곳은 159개사로 공급물량이 4만1641가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48% 수준이다. 8월 이후로는 중소사업자들이 거의 아파트 분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업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올초 아파트 사업계획 목표가 50여만 가구지만 지난달 현재 95개 회원사가 분양한 가구수는 16만여가구에도 못미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주택생산기반이 한꺼번에 몰락하고 있으나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를 늘릴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시장이 급속히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업체들은 지난 9월 이후 인원을 줄이는 한편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대부분의 업체들은 생존 방향마저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주택사업자들은 정부의 대책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수요자 반응=동아·현대 사태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은 더욱 불안감에 빠져 있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상적으로 들어오던 중도금마저 안들어오고 있다”며 “회사가 문제가 없는지 자금은 든든한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수요자들의 부도 공포증은 이미 극에 달한 정도이다. 내집이 온전하게 지어질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요자들은 주택업계가 새로운 수요를 개발하기보다는 고급아파트나 대형아파트 위주로 주택을 공급,내집마련 수요자들을 시장에서 내몰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사진설명: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도 사실상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급매물이 늘고 분양권 투매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주택 건설기반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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