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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대권´…국론분열 우려


‘화요일의 악몽’.

선거는 이미 3일 전 막을 내렸지만 당선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제43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사상초유의 당선자 발표 유보로 자신들의 선택이 ‘플로리다에 저당잡힌’ 미국 유권자들이 몹시 당황하고 있다.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벌써부터 국론 분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8일 이번 선거를 빗대어 “한 국가가 정치때문에 분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세계 최강의 정부가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돼 불안한 정부가 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언론도 앞다퉈 미국식 대통령 선거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때문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새 대통령은 ‘상처뿐인 영광’를 떨쳐버리기 힘들게 됐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지만 선출권은 선거인단에 있는 미국의 독특한 간접 선출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권자 투표에서 이긴 후보가 선출되지 못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냐는 지적이 힘을 얻으면서 ‘플로리다 대소동’으로 미국식 민주주의의 결함이 드러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개표가 99% 끝난 가운데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총득표율에서 부시 후보를 49%대 48%로 앞섰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1차 개표에서 1800여표 앞선 부시가 재개표에서도 여전히 앞선다면 플로리다주 선거인 25명을 추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 270명을 1명 초과 확보함으로써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된다.

이처럼 유권자의 선택이 선거 결과에 정확히 반영되지 못하는 간선제의 모순으로 미국 역사상 4번째로 유권자 총투표에서 지고 선거인단 투표에 이기는 ‘소수파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824년 6대 선거의 존 퀸시 애덤스, 1876년 19대 러더포드 헤이스, 1888년 23대 벤저민 해리슨 등 모두 3명이 소수파로 대통령에 당선된 기록이 있다.

선거인단에 의한 미국의 간접 선출제는 정략적인 타협의 산물이다. 이 제도는 지난 1787년 연방정부가 각 주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의회가 간선으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과,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직접투표가 필요하다는 측의 오랜 대립끝에 절충안으로 마련됐다.

이와함께 헌법 개정 등 제도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여년 간 200건이 넘는 헌법 개정청원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미국식 간선제가 과연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바뀔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간선제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고어는 9일 “(부통령 후보인)리버맨과 내가 주민 투표에서 이겼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헌법상으로는 선거인단 선거의 승자가 차기 대통령”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해석에 따라서는 ‘직접투표에서 이겼다’는 말에 무게중심이 실려있는 발언으로 주목된다.

/ rock@fnnews.com 최승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