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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부담으로 대기업 빚잔치?


지난주 대우자동차가 마침내 최종 부도처리됐다.15개월이나 끌어온 대우차 문제가 때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가 모처럼 구조조정의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다.김대중 대통령은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살리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단호히 퇴출시킬 것을 다짐했다.대통령 발언이 있은 다음날 대우차는 ‘원칙에 따라’ 부도처리 됐다.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돈벌이는커녕 빚만 더욱 늘어나서 국민부담을 더이상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우차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서도 회생가능성을 보이지 못하고 빚만 18조원으로 불어났고 결국 벼랑끝까지 가서야 부도 처리된 것이다.부실 대기업의 퇴출이 경제전체와 금융시장에 미칠 엄청난 파장을 생각하면 부도처리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더구나 채권금융기관들은 경영평가 및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었다.대기업을 부도처리할 경우 당장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고 채권금융기관으로 부실이 번진다.그러나 부도처리를 미루다가 빚만 크게 늘렸고 국민부담이 과중하게 됐다.이것은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대우차의 부도는 경영진과 노조의 합작품이라고 하겠다.부실경영의 책임은 1차적으로 경영진에 있다.그러나 정부와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이 없었으면 진작에 퇴출되었을 기업을 볼모로 잡고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고용보장만 고집해온 노조도 대우차의 회생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 것이다.고용보장도 기업이 살고나서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대기업 및 정부투자기관 들에서 노조가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기업이 스스로 생존의지가 없거나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기업의 생존을 보장할 수는 없다.앞으로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원칙을 지킬 수 있느냐가 구조조정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지난 10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법원은 대우차의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검토해서 존속시킬 가치가 있다면 법정관리를 결정할 것이다.법정관리로 가든 청산이 되든 간에 수많은 대우차 협력업체들 중 상당수가 연쇄도산에 직면하게 됐다.정부는 대우차 및 11·3 퇴출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특례보증 한도를 확대하고 한국은행의 총액대출 한도도 늘리는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그밖에도 이번에 회생가능 판정을 받은 대부분의 부실징후 대기업들에 대해서도 채권은행들이 책임지고 자금을 지원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대기업 청산이나 법정관리 그리고 협력업체 및 회생부실징후 기업 등으로 은행들은 추가적인 부실요인이 발생한 만큼 공적자금의 소요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공적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구조조정이 부진함에 따라 추가적 공적자금 수요가 발생하고있다.사실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는 금융기관과 부실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지연내지 거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하겠다.정부는 공적자금의 운영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서 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

또다시 공적자금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공적자금도 문제지만 이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편법으로 한은의 발권력을 이용해 부실기업의 구제금융이 남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이헌재 경제팀이 당초에 국회동의를 요하는 공적자금을 기피했던 것도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자금을 한은에 기대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그럴 경우 자금의 집행과 관리에 대한 철저한 심사가 더욱 어렵게 되어 정부의 방만한 자금운용이 효과적으로 견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대우차 매각협상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그밖에도 많은 대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해서 계열기업 및 자회사 매각도 서둘러야 한다.그러기 위해서 국내외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해외매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대우차 부도 이후의 과제를 생각해야 한다.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불안한데 대우차 부도처리는 경제적 충격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무엇보다도 부도처리로 어려움을 겪게 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과 실업을 최소화하는 정부대책이 필요하다.그러나 과거와 같이 부실기업 정리라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대부분의 부실기업을 국민부담으로 구제하는 고질적인 대기업의 빚잔치는 더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특히 이번 대우차 부도사태가 기업과 노조, 채권단과 정부에게 실패한 구조조정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터득하는 학습기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