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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또 사정인가?


정부 여당은 새로 대대적인 사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옷 로비 사건과 올들어 터진 ‘선거실사 개입 의혹’,‘한빛은행 사건’에 이은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정현준 게이트)’ 등으로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생각할 때 대대적인 사정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정의 특징은 금감원,검찰,경찰,감사원,국가정보원,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사정기관에 대한 사정을 누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 새로운 궁금증을 낳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가기강과 지도층의 도덕률 확림에 버팀목이 되어야할 핵심기관까지 사정의 대상이 되어야 할 만큼 상궤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사회,특히 지도층 전체가 부정과 부패에 노출될 정도로 심각한 도덕적 불감증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과장’을 사칭하면서 정현준 게이트와 연관하여 거액을 받은 청와대 8급 기능직의 ‘사기 행각’이다. 그러나 이를 일반적인 사기행각으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청탁한 사람이 ‘청와대 과장’으로 믿을 만한 정황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많은 돈을 건네 주었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윗물은 깨끗한데 아랫물이 문제’라는 궁색한 탄식으로 호도하려 하고 있으나 그러한 시각이 불식되지 않는 한 아무리 대대적인 그리고 강도높은 사정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적마다,또 부정사건이 터질 때마다 강도높은 사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정의 신선도와 권위만 훼손시켰을 뿐이다.

부정과 부패 그리고 도덕적 해이는 법과 원칙이 실종한데서 비롯된다. 기강을 바로잡고 부정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의 확립이 절대 필요조건이다.
뿌리는 그냥 둔 채 부정 부패인사를 적발하여 처벌하는 수준의 사정으로는 지금 상황을 개선시킬 수가 없다. 부정 부패만이 아니라 직위에 걸맞지 않게 경솔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무책임한 자기현시욕도 사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정에 대한 국민의 냉소를 불식시키고 이반한 민심을 되돌리려는 생각이 있다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