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동향 급속 악화]바닥증시·불안한 경제 소비자 지갑도 얼었다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6 05:21

수정 2014.11.07 12:04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은 불안 심리 탓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고유가,금융시장 불안,기업퇴출 등 불확실한 미래전망에 대비해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는 설명이다.그러나 이같은 급격한 소비위축은 경기하강기와 맞물려 자칫 우리 경제에 장기불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확실한 구조조정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외에 별다른 처방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체감지수=1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전망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가계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77.5로 전달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경기에 대한 평가는 70.6으로 전달의 75.4보다 4.8포인트 하락했다.향후 6개월 뒤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전달보다 1.1포인트 하락한 89.9로 내려앉았다.6개월 뒤의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는 77.3으로 전달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특히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는 99.7로 전달의 102.5보다 하락했다.향후 소비지출을 늘리겠다는 소비자들이 전달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경기의 지표성격이 짙은 TV,냉장고,세탁기,승용차 등 내구 소비재에 대한 지출은 88.9로 9월의 90.7보다 더 떨어졌다.기업들의 생산과 출하 감소가 예상되는 대목이다.다만 외식 오락 문화생활 관련 소비지출 의사가 88.2로 전달의 87.6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이유=한성택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상승세 둔화와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가계의 구매력 저하로 민간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지출 감소 즉 부(負)의 자산효과와 구조조정 등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재경부에 따르면 민간소비의 소득탄력성은 경기하강 국면시 평균 1.31이다.경기상승 국면때의 0.97보다 높아 경기상승시의 소비증대보다 경기하강시의 소비위축이 두드러진다.주가가 1%변동할 때 소비의 변동을 나타내는 주가탄력성 역시 0.06으로 90년대 평균 0.039보다 훨씬 높다.그만큼 소비가 주가변동에도 민감하다는 뜻이다.

LG경제연구원의 심재웅 연구원은 “현재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원인은 미진한 구조조정의 결과 우리 경제가 조만간 다시 98년과 같은 위기를 겪거나 적어도 장기적인 성장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데 기인하는 바 크다”고 진단했다.

◇어떤 영향을 주나=심 연구원은 소비위축은 성장률 둔화와 맞물려 내년이후 일본식 장기불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결국 소비위축은 소비로써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LG연구원의 송태경 연구원은 “소비위축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판매감소와 재고증가를 초래하며 노동자에게는 임금삭감이나 실업증가를,기업에게는 도산을 낳게 돼 수요감소에 따른 소비감소의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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