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사고 왜 잦은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6 05:21

수정 2014.11.07 12:04


금융기관 직원들이 고객의 돈을 인출해 달아나는 금융사고가 최근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이어서 고객들은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금융사고의 특징은 그 규모가 점차 대형화하고 전면적이라는 데에 있다. 빼내 달아났다 하면 그 규모는 몇십억원이다. 조흥은행의 어떤 지점장은 밝혀진 것만 27억원을 챙겼고 대우증권 투자상담원은 고객 돈 33억원을 꿀꺽했다. 지난해 발생한 금융사고가 151건에 피해액 295억원, 올들어 9월말까지 77건 발생에 1502억원 피해란 통계가 대형화를 말해준다.


사고가 특정 금융기관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기관에서 고루 마치 경쟁이라도 벌이듯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은행·증권회사는 물론 농협, 새마을 금고, 신용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돈을 만지는 기관이면 어디나 예외가 없는 느낌이다. 그만큼 금융기관 전반에 공통적 현상인 셈이다.

왜 최근 들어 이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가. 그 해답은 우선 사회 전반에 만연된 부패 불신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동방금고사건의 수사결과 발표에서 보듯 누군가가 실속을 챙기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밝혀지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풍조가 금융사고 발생의 사회적 여건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까이는 감독기관의 부패에 보다 큰 원인이 있다고 보아 틀림이 없다. 금융업무를 감독 감시해야 할 자리에 있는, 그것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뇌물을 먹고 부정을 눈감아 주는 판국이니 그 감시대상이야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지도층에 대한 정화운동이 선행되고 윗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언제 퇴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한몫 챙겨두려는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임은 물론이다. 2차 금융조정을 앞두고 신분에 대한 위기의식이 엉뚱한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하루 바삐 매듭지어야 할 필요성은 경쟁력강화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금융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제기된다.

금융기관 자체내의 감사기능과 그 종사자들의 직업윤리에 문제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신용을 생명으로 하면서 남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기관만큼은 아무리 사회가 혼탁하고 부패했다 하더라도 이에 초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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