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손잡은 현대3형제-금감원 개입 득과 실은]'건설 살리기' 금감원이 일등공신?


현대건설 문제가 시간을 끌자 정부가 적극 개입에 나서 결국 결론을 내고 말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금융감독원이 총대를 멨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안에 협조하지 않던 친족그룹에 금감원이 압력을 가해 결말을 이끌어 낸 것이다.

대표적 ‘관치’로 남을 이번 금감원의 중재가 어떻게 평가될지는 결국 현대건설의 회생과 시장안정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봉에 선 금감원=지난 3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실기업 판정은 채권단이 판단하고 협의할 것”이라며 시장원칙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부실기업 퇴출 발표 전날인 지난 2일에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현대건설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15일 현대건설과 관련이 없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비밀리에 회동했다. 이 위원장은 “결과를 보면 알것이다”라며 회동자체를 함구하고 있지만 이날(16일)정 회장과 정 의장의 형제간 화해와 더불어 ‘건설’을 지원키로 한 것은 이 위원장과 정 회장의 미팅이 낳은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위원장외에 정기홍 금감원 부원장과 강기원 부원장보도 현대건설 자구안에 깊숙이 개입했다. 정 부원장은 현대건설이 토지공사를 통해 주택은행으로부터 2100억원의 현금을 브리지론 형식으로 지원받는데 기여했다. 강 부원장보는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을 만나 현대전자 계열분리,경영진 퇴진,지배구조 개선 등 정부 요구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채권단도 현대건설에 17일 오전까지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명시된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다.

◇금감원의 역할 평가=금감원의 이같은 행적을 돌이켜보면 ‘11?^3 부실기업 퇴출’ 당시부터 현대건설은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다만 그 공을 현대측에 넘겼다가 여의치않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현대건설의 자구안에 개입한 것에 대해 절대로 ‘간섭’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현대건설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외국인 투자가 시각 ▲공적자금 규모 축소 차원 ▲시장의 불확실성 조기 제거측면에서 정부가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대건설을 회생시키는 것이 시장의 바람인데도 불구하고 형제의 반목과 계열사의 저항으로 자구안이 지지부진하자 금감원이 나서 ‘해결사’ 역할을 한것이 결과적으로 잘된 것 아니냐는 항변이다.

◇금감원이 얻은 것과 잃은 것=결국 정부는 현대건설의 회생과 현대그룹의 조기해체 및 가신그룹 청산,지배구조 개선 등을 바꾼 ‘빅딜’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또 대주주의 추가 출자와 알짜 자산의 매각 등을 통해 오너가 책임지는 선례를 만들었다. 부수적으로는 형제간의 다툼도 정부가 중재에 나서는 무소불위(?)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시장보다 정부가 우선이고 최고라는 인식의 뿌리가 더 깊어질 토양을 제공, 중요한 기업 현안의 마디마다 툭하면 정부의 개입을 부르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것은 불행한 일이다.

/ rich@fnnews.com 전형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