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구안'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7 05:22

수정 2014.11.07 12:03


현대건설은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새로운 자구안으로 1차부도 이후 15일동안 계속되고 있는 심각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적 의미를 생각할 때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 자구안 마련 과정이 반드시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에 나쁜 전례가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옥매각 문제를 둘러싼 현대중공업과의 진통 역시 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지난 3월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현대의 위기’는 모기업인 현대건설의 유동성 부족으로 확산 심화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현대 그룹과 현대건설은 네차례에 걸친 자구안을 제시했으며 그 때마다 정부와 채권단은 ‘실현성이 있다’고 수용해 왔다.
심지어 정부는 한 때 ‘금융권이 채권을 일거에 회수하는데 견디어낼 기업이 있는가’고 지원을 독려함으로써 위기를 오히려 키워온 감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자구안으로 시간을 벌면서 버티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자구안은 이번으로 마지막이어야 한다.

현대건설의 이번 자구안의 골자는 서산농장의 위탁매각과 일부 계열사의 현대자동차에의 매각이다. 서산농장의 토지공사 위탁 매각 결정과 동시에 2100억원의 선수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나 도울 수 없다면서 찾아온 정몽헌(MH)회장을 만나주지 않는 등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은 현대자동차 정몽구(MK)회장이 금융감독원장과 만난 직후에 협력으로 선회한 것 등은 ‘1조원 자구안’을 사실상 정부가 주도했음을 뜻한다. 이는 크게 보아 계열분리,내부자 거래 금지,연결재무제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재벌정책 원칙과 상반된다.
물론 금감원장은 ‘공적자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앞으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경제 사회적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충격 없이 현대건설의 자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러한 문제점과 부담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유동성을 확보한 이 시점에서 현대건설은 건설업의 구조적인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체제정비와 대책 제시로 시장의 신뢰회복에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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