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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뮤추얼펀드 신화(1)]도입 2년 '개점휴업' 위기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1 05:23

수정 2014.11.07 12:01


뮤추얼펀드(증권투자회사)가 도입된 지 2년만에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

연말들어 만기가 도래한 뮤추얼펀드들이 원금의 반토막이 난 채 청산되고 있고 새로 설립되는 뮤추얼펀드는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 간접투자시장의 새 장르를 형성하며 화려하게 도입된 뮤추얼펀드가 2년만에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발전과 쇠락의 과정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달 30일 서울 여의도 모증권 빌딩에서 열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박현주3호 성장형’ 뮤추얼펀드의 임시주주총회장.

회사관계자의 주총진행을 막을 정도로 주주들의 고성이 쏟아졌다.뮤추얼펀드 수익률이 -46.22%를 기록해 원금의 반토막을 간신히 건진 투자자(주주)들의 항의였다.

이날 소란의 배경은 같은기간 주가지수 하락률(46.75%)만큼의 저조한 수익률을 낸 펀드의 운용에 문제점이 없느냐는 것이었다.투자자들은 만약 운용상에 불법 및 편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50% 가까운 원금 손실 중 어느 정도는 회사측도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뮤추얼펀드 운용결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이 도입 만 2년을 맞은 국내 뮤추얼펀드시장의 현 주소다.


◇찬사에서 원망까지=뮤추얼펀드시장은 지난 98년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박현주1호’가 탄생하면서 열렸다.당시 1년만에 100%의 대박신화를 탄생시킨 초기 뮤추얼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간접투자시대의 새 장르를 활짝 열었다.

수탁액도 증시활황과 호흡을 맞춰 지난 2월 6조4181억원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올상반기 이후 증시침체와 함께 20일 현재 펀드수가 57개, 총 수탁액은 2조9000원대까지 줄어들었다. 투자자들이 재예치를 꺼리면서 신상품 시장이 활기를 잃었다. 수탁액이 1000억원을 넘는 운용사는 5개에 불과하고 100억원에도 못미치는 운용사가 있다.
최근 신설된 운용사는 수탁액이 몇개월째 ‘0’다.

최저 2000억원대로 잡고 있는 자산운용사 손익분기점 수준의 수탁액을 초과하는 회사는 3개사에 불과하다.대다수가 자본금을 잃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성장형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은 최근 수익률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27%대다.일부 플러스 수익률 펀드도 있지만 원금의 반토막인 펀드도 2개나 있다.

내년 2월까지 만기를 앞둔 뮤추얼펀드는 28개 펀드 1조9898억원에 달한다.

지난 9월 이후 만기된 펀드 대부분이 청산됐다.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3월이면 업계는 개점휴업이 된다.주업인 자산운용업을 제쳐놓고 투자자문으로 연명하는 주객이 전도된 자산운용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성장과 쇠락의 배경=뮤추얼펀드는 도입초기 불과 몇개월 새 50%를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투자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주식시장 활황 때문이었다.


뮤추얼펀드의 참신함과 선진국형의 제도적 투명성, 높은 수익률 등은 기존 금융기관의 구태에 지친 투자자들의 관심을 순식간에 돌려놓았고 뮤추얼펀드 열풍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들어 증시침체로 뮤추얼펀드 수익률도 급락하자 찬사는 원망으로 바뀌었다.단순히 고수익만 추구하는 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점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숙원이던 준개방형 뮤추얼펀드가 허용됐지만 유입되는 신규자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설정 몇시간만에 수백억원대 자금이 유입됐던 지난해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냄비장세’의 원인으로 자산운용사의 외형위주 경영과 투자자들의 참여의식 결여, 정부의 과다한 규제 등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이사는 “뮤추얼펀드시장이 새로 도입될 당시에는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참신한 제도 등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이후 정부를 포함한 시장의 직간접 참여자들이 시장을 개선,발전시키는데는 사실상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가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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