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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 업계 표정] 車·철강·조선 ´쾌재´ …정유·藥·유화 ´울상´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급등세가 3일째 계속되면서 환율폭등에 따른 주요 업종의 내수 및 수출경기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원료를 국내에서 조달해 수출하는 업체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이는 반면 외국에서 원료를 들여와 내수 판매하는 업체는 채산성 악화를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수출경기가 좋은 업종은 조선·철강·자동차·섬유 등이다. 대부분 원료의 국산화를 상당히 진척시켰고 폭넓은 해외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폭등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은 원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수출물량이 큰 해운·제지·가전 등이다. 반면 수출경기는 물론 내수 상황도 나빠질 업종은 제약·유화·정유 등 대부분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와 내수 시판하는 업종들이다. 기업들은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환차손 부담과 물가불안,외국자본의 유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걱정하고 있다.

◇수출입 상황=현대종합상사·삼성물산·LG상사·SK글로벌 등 종합상사들은 “당장은 재고 원자재로 수출을 이어갈 수 있지만 환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당장 내년초 수출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달러공황이 길어지면 주문받은 수출물량 선적이 지연되고 일부 원자재 수입은 전면 중단되는 등 달러공황이 무역과 산업계 마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얘기다. 이응규 현대상사 경영기획팀 차장은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앞날을 내다보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현재 환율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원자재 수급=환율 폭등이 지속되면 이르면 12월부터 원유와 주요 원자재 수급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각 기업체들이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용 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경우 연말께부터 원유·가스·나프타·고철 등 기초 원자재의 도입이 끊어지고 재고도 소진돼 산업활동이 마비상태로 빠져들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환율 폭등으로 수입가 상승도 부담이지만 나중에는 도입 자체가 가능할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정유업체들은 환율이 계속 폭등하게 되면 업체마다 수천만원 이상의 환차손을 입게 되고 현금결제를 요구받아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현대·대우·기아 등 자동차회사들은 수출량 증가와 환차익 발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전망이다. 자동차는 소비재 가운데 가격이 비싼 제품으로서 수출물량도 상당하기 때문에 환율상승이 계속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완제품 수출은 주로 단기계약으로 하고 원료인 철광석 수입은 5∼10년의 장기계약으로 하는 관계로 수출경기가 상당히 밝은 편이다.

완제품 수출은 최근 사회간접시설 구축붐이 일고 있는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단기현금 형태로 거래가 이뤄져 상당한 환차익이 기대되고 있다. 반면 현재 사용하는 철광석은 이미 5∼10년전에 계약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환차손을 염려할 필요가 없으며 추가분은 환율이 가라앉았을 때 계약하면 된다. 그러나 포철을 제외한 고철을 사용하는 업체들은 전체 고철량의 40% 정도를 외국에서 단기계약으로 수입하기 때문에 약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수주선박의 99%가 해외물량이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갈수록 수혜폭이 커진다. 선박은 인도시기가 평균 1년6개월 이후이기 때문에 당시의 환율추이에 따라 환차익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섬유=수출비중이 평균 70∼80%에 이르는 섬유업체들은 환율급등에 따른 영향을 톡톡히 보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에 따른 외화부채가 많은 점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약=원료수입은 월평균 5000만달러에 이르는 반면 의약품수출은 1000만달러에 불과해 엄청난 환차손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약업체들은 수입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제지=제지업은 전반적으로 약간 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지산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판지는 대부분 국내에서 폐지를 조달해 생산·수출하기 때문에 수출물량도 늘고 환차익도 커지게 된다. 그러나 인쇄용지는 원료인 펄프를 84% 정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완제품도 수출보다는 내수비중이 높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신문용지와 크라프트용지도 원료수입 비중이 높아 여건이 어렵다.

◇해운=환율상승으로 외화부채에 대한 평가손이 상승하는 반면 수입도 달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차익도 발생하는 독특한 입장이다. 현대상선·한진해운 등 대형선사는 80% 이상 해외사업에 치중하고 있고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이다.


◇유화=비교적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원료인 나프타의 수입비중이 50% 정도에 달하고 시설재 수입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조달하는 원료도 전량 수입한 원유를 정제한 것으로 이때 발생한 환차손이 결국 유화업계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 msk@fnnews.com 민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