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재무 개선안 임박]채권단 ˝더이상 뒷돈 못댄다˝ 압박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2 05:23

수정 2014.11.07 12:00


채권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부족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안’ 제출을 앞두고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재무개선안에 담을 내용을 놓고 고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금지원은 뒷전인 채 ‘자구계획’만 요구한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채권단은 우선 이번 기회에 기업들로부터 확실한 자구계획을 받아내겠다며 그 어느때보다 강한 톤으로 계획안 제출을 밀어붙이고 있다. 나아가 기업들이 제출한 재무개선안의 이행실적이 부진할 경우 경영권 박탈,지원 전면중단 등 초강수 대응책도 준비하고 있다.

◇재무개선안 수위 높아지는 이유 뭔가=이번에 재무개선안을 제출하는 기업은 그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며 자금시장에서 숱하게 퇴출소문이 나돌았던 기업들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퇴출에 따른 손실과 ‘조건부 회생’을 저울질한 끝에 지난 ‘11·3퇴출’에서 철저한 자구계획을 전제로 ‘회생’ 판정을 내렸다.
문제는 채권단의 재무개선안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채권단은 이번 기회에 확실한 자구계획을 받아내겠다는 입장.

서울은행 관계자는 “그간 자구계획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내용이 많았고 이행실적도 미진했다”며 “이번 수정안에는 구체적 여신상환 스케줄 등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 문제만 봐도 사실상 채권단이 질질 끌려온 것”이라며 “앞으로 채권단은 단호한 의지를 갖고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자구이행이 부진할 경우 경영권 박탈 등 문책조항도 집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 뭘 담나=주채권은행과 기업이 맺게 되는 이번 약정서의 핵심은 부채비율 감축. 3·4분기 기준 22개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일반기업보다 최소 2배 이상 높다. 대주주 유상증자를 비롯해 부동산 매각,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상환 등 초강도 자구계획도 담길 전망이다. 특히 자구이행 실적이 미진할 경우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문책성 문구도 삽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98년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한 기업도 이번에 다시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과거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사적화의를 통해 마련한 자구계획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여신상환 스케줄 등을 명시해 약정서를 받도록 채권은행측에 지시했기 때문.

◇현대건설 재판되나=명단에 포함된 A기업 관계자는 “지난 98년부터 주채권은행과 자구계획을 맺고 합병,공장부지 등 부동산 매각,증자 등을 추진해왔다”며 “솔직히 더 이상 재무개선안에 담을 만한 내용이 없어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이제 남은 것은 경상비 성격의 인원감축 뿐”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버티게 되면 채권은행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일단 은행입장에서 거액 채권이 물려있는 기업들에 대해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는 어렵다. 은행 스스로 살리겠다고 분류한 기업들이며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책임지고 지원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건설 자구계획 제출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거부하는 은행과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는 해당기업 사이에 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자구노력을 게을리하는 기업 몇이 경영권박탈이라는 초강수를 만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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