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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3년 한국경제-설문조사]구조조정 '저속운행'이 불안키웠다


97년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금융지원을 신청하고 IMF 체제에 들어선지 3년이 지났다. 지금 한국경제는 지표상으로 볼 때 IMF 체제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이제 새로운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3년 전 정부는 ‘파이를 키워서 나눠 먹자’는 말로 불안해하던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많은 사람이 실직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위기극복에 동참했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했고 도덕적해이는 극성을 부렸다. 이제 누가 다시 고통분담에 나서려 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승용차에 이어 대우차마저 팔려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다시 올라설 것인가, 해외기업의 하도급공장으로 전락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서있다. 이제 국민적 컨센서스마저 이끌어낼 수 없다면 우리는 조그만 위기에 봉착해도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 들어섰다.

IMF관리체제 3년을 맞아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현상황보다 당분간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경제불안의 원인으로 구조조정의 지연을 꼽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조조정은 실업자가 더 늘더라도 정부가 과감하게 추진해주기를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우리경제 전망에 대해 ‘나빠질 것이다’(60%)가 ‘좋아질 것이다’(26%) 보다 크게 앞섰으나 3년 전과 같은 위기는 오지 않을 것(75%)으로 보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미 와 있다’(12%)와 ‘올 것이다’(11%)는 우려도 나왔다.

◇불안의 원인은=구조조정 지연(51%)이 첫번째로 지목됐다. 이어 경제정책 실패(22%)를 꼽았고 집단이기주의(17%), 부정부패(6%) 순으로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정책실패의 누적으로 정부의 신뢰도 상실이 가장 큰 문제다.”(유한수 CBF금융회장),

“경제가 어렵더라도 앞으로 6개월 간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 “정부가 심사숙고해서 정한 원칙은 저항이 있더라도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한편 시장을 무시하고 임의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 남발로 신뢰성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오정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이희연 현대산업개발 전무), “정쟁의 중지를 위해 특단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노규식 세종증권 경영지원본부장)는 주로 정치권을 포함한 정부정책에 대한 질책이 많았다. 특히 대우자동차가 포드의 인수포기에 이어 최종부도 처리된 것과 관련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응답한 전문가가 36%를 차지해 경영진(30%), 노조(17%), 채권단(15%)을 추긍하는 것보다 높게 나타나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나무랐다.

이밖에 “언론이 일정부분 불안을 조장·과장하고 있다.”(구학서 신세계백화점 대표), “비관적 전망이 난무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있다. 비관주의를 전파하는 사람들의 자성이 요구된다.”(이정일 민주당의원)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는 금융시장 불안(58%, 복수응답)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이어 집단이기주의 만연(21%,〃), 소비위축(20%,〃), 자금시장 경색(20%,〃), 기업부도증가(1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 집단이기주의는 본지가 지난 9월27일에 실시한 조사때와는 달리 두번째로 올라서 이 부문이 우리경제의 도약을 가로 막고 있다는 생각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 주가전망=올해 초 1059.04를 기록한 종합주가지수는 11월21일 531.45를 기록 2분의1로 가까이 폭락했다.연초 전문가들의 전망대로라면 1200대에서 움직이고 있어야할 주가가 반토막이다.고유가 등 외생적 변수와 정부의 구조조정 늑장처리가 가져온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의 주가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46%에 달해 600∼700선(46%)과 팽팽히 맞섰다. 700∼800선에 이를 것이라는 응답자가 8%에 그쳤다. 이 또한 지난 9월조사때보다 비관적인 전망이다. 지난 조사 때에는 연말까지 700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었다.

◇새로운 성장엔진=도약을 위해 우선 기술력향상(50%)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2분의1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의식개혁(30%)을 하지 않고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와 함께 벤처산업 육성(15%)이라는 엔진을 장착해야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일부 응답자는 “도약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정병선 모닝코리아 대표), “집단이기주의의 표출을 삼가야 한다.”(유창무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 심의관),“성장을 위해 소모성 정쟁을 중지하는 정치적결단이 필요하다”(노규식 세종증권 경영지원본부장), “실효성있는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이 중요하다.”(김종갑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 심의관)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유연한 노동시장 형성이 중요하다.”(김윤기 건설교통부장관), “하위직 중심의 구조조정에서 상위직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변화해야 한다.”(정길오 한국노총 정책1국장)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밖에 “미래산업인 정보통신업을 집중 육성해야한다.”(석호익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지원국장)는 응답과 “지도층의 솔선, 특히 정치권의 부패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김구웅 하나증권 감사)는 의견도 나왔다.

◇실업이 늘어도=부실기업 퇴출등 실업의 가속화로 단기적으로 실업이 늘어날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다수(91%)가 ‘실업자가 늘더라도 구조조정은 과감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요구했다.

실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한다는 대답은 9%에 그쳤다. 이와 함께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63%가 ‘기업과 근로자간 손실부담 원칙으로 반반씩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9%는 ‘초과근로 할증율인하, 연·월차 생리휴가 폐지’를 요구했고 8%는 ‘기존 근로기준법의 개정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기타응답=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에 대한 질문에 44%가 ‘유보하되 1년내 실시’를 주장했고 ‘유보후 추후 논의’는 36명이 ‘즉각실시’는 20명이 요구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과반수가 넘는 58명이 ‘내년부터 실시하되 대상범위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되길 원했고 22명은 ‘경제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를 20명은 내년부터 전업종에 걸쳐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내년도 외환자유화실시에 대한 물음에 77명이 ‘예정대로 실시’를 나머지 23명은 연기를 주장했다.

/ aji@fnnews.com 안종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