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중호의 성공전략] ④기업 게놈지도를 그려보라(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3 05:23

수정 2014.11.07 12:00



우리나라에서 2000년 11월3일은 기업들이 대량으로 죽어나간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날 죽어나간 기업 중에는 삼성 상용자동차와 같이 5세 미만의 어린기업도 끼여 있다. 미국에서는 닷컴 기업들이 태어난 지 다섯살이 되기 전에 대부분 죽고 말았다. 과학문명이 발전할수록 기업의 평균수명은 짧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문명의 진화를 생명 과학자들이 인간의 수명연장에 활용하는데 반해 경영 과학자들은 기업의 수명 단축에 활용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경영학자나 전문가들은 과학문명을 기업 살리는데 활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예로 첨단과학기술의 하나인 정보기술(IT)을 기업경영에 활용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기업의 평균수명이 짧아지고 있을까. 기업을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기업을 무생물로 간주해 겉으로 나타나는 수익률,재무상태,대내외환경 등을 분석해 강점과 약점을 가리는 서양과학사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흔히 법인(法人)이라고 한다. 이 말은 물이 흐르듯 가는(法) 사람(人)이란 뜻으로,기업도 자연의 한 구성원인 인간처럼 생동하는 생물이란 말이다. 필자는 기업에도 인간 유전자의 서열을 나타내는 게놈지도와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업게놈지도’만 발견한다면 그 속에서 기업의 수명을 좌우하는 요인을 찾아낼 수가 있지 않을까.

필자는 이것을 찾아내는데 컴퓨터를 이용하기로 하고 우선 ‘인공지식 법인의사’를 개발해냈다. 이를 ‘eDoctor’라고 이름지어 지적재산권에 등록한 바 있다.

이 ‘eDoctor’로 W제관의 게놈지도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W제관은 지방에 3개의 공장을 둔채 제조·판매·영업을 하고 있는 한국의 표준 기업형이다. 이 기업게놈지도를 통해 W제관의 기업체질을 진단하고 분석해냄으로써 기업의 수명을 좌우하는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근로자들의 업무행위 구조다.
이 회사의 업무행위의 구조는 관리적 업무처리 영역이 52.8%,서비스(손님접대·고객관리 등) 행위영역이 0.3%,커뮤니케이션(회의나 전화통화 등 의사전달) 행위영역이 44,5%,아이디어 창출과 신지식충전 행위영역이 2.3%로 돼 있었다. 업무행위 구조는 기업체질을 결정하며 기업이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기업게놈지도에 따르면 ‘W제관은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엔 강자로 군림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고객의 욕구가 다양화된 시대에서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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