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리노베이션-신촌이대앞 카페 '광수생각']방치된 공간 재구성…1억원 가치상승

이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3 05:23

수정 2014.11.07 12:00


서울 신촌 이대 인근의 카페 ‘광수 생각’은 소규모 상업용 빌딩의 리노베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제시해 주는 건물이다. 본래 건물은 리노베이션 이전까지는 상권이 잘 발달해 있는 신촌에 위치해 있다고는 하지만 장사가 안돼 슬럼화된 상태였다.

그런 건물에 새 옷을 입히고 잘 꾸며서 경쟁력 있는 건물로 거듭나게 한 사람은 만화가 박광수씨다. 조선일보 연재만화 ‘광수생각’에서 ‘신뽀리’라는 인물을 탄생시킨 박씨가 이곳에 캐릭터숍과 카페로 된 아담한 건물을 만들어서인지 정겨운 감정을 더해 준다.

새롭게 단장되기 전까지는 대지 32평,바닥면적 18평 규모로 상가치고는 대단히 협소했다. 그나마 지하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보세옷가게,레스토랑,술집 등이 즐비한 이대앞 거리에 캐릭터숍과 카페로 이뤄진 광수생각은 만화속의 친근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어떻게 개조했나=콘크리트가 깔려 있던 진입로 마당은 데크를 깔았다. 진입하는 동안 경계선에 자리잡은 벽면의 돼지 사인물이 건축주 박씨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작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캐릭터숍으로 이뤄진 1층은 순백색의 이미지를 준다.

벽면에는 전깃줄이 늘어진 조명과 벽에 내장된 조명이 서로 부딪치면서도 조화와 통일을 이룬다. 캐릭터숍 매장 가운데 긴 테이블을 두어 시선이 집중되게 했으며 보이지 않는 수납공간이 자질구레한 물건을 숨길 수 있게 했다.

수납이나 진열기능과 상관없이 매장 중앙의 테이블과 직각으로 만나도록 낙서판을 세워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낙서로 담을 수 있게 한 점은 건축주의 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낙서판은 2층의 카페에서도 같은 장소,같은 크기로 위치해 있다.

2층의 카페로 오르는 계단에는 반드시 있게 마련인 핸드레일이 없다. 밖에서도 안에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투명 유리문을 열면 작은 대화 공간이 엿보인다. 꾸밈이 없어 무난한 듯 하지만 바로 그점이 고급스런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2층 건물인데 3층이 별도로 있다. 옥상에 지붕이 없는 하늘카페가 바로 그것. 하늘의 별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젊은 연인들에게 있을 법한 하늘카페는 ‘광수생각’이 만들어낸 또다른 작품인 셈이다.

사용용도가 없어 죽어 있던 공간인 지하층은 사무공간으로 만들었다.

◇마감 방법 및 사용 자재=외부 마감은 나왕 집성목과 스테인(부식방지용 도료,페인트의 일종)을 사용해 건물에 집중감을 줬다. 건물 입구에는 돼지 그림을 중복으로 그려넣은 사인물을 설치했다. 건축주 박씨는 인근에 가득찬 간판들과 차별화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이미지인 듯하다.

1층 내부 마감도 나왕 집성목,스테인,석고보드,수성 비닐 페인트 등을 사용하고 2층에는 폴리싱타일(유광 타일의 일종),석고보드,컬러래커 등을 썼다. 3층의 하늘카페는 침목과 스테인·아연강판·투명래커 등을,지하층에는 모자이크 타일,석고보드,비닐페인트 등으로 마감했다.

비교적 자재를 절제해서 사용함으로써 건물이 화사하고 커보이게 만들었다.

◇리노베이션후 가치는=카페 ‘광수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신촌 이대 인근의 땅값은 평당 700만∼1000만원으로 가격차가 심하다. 건물은 도로에서 한 블럭 들어간 자리에 있고 외진 곳이 있는데다 주변 상가들도 낡은 편이었다. 일대가 상권은 잘 형성돼 있으면서도 건물들은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리노베이션 이전에는 도로 안쪽의 땅값은 평당 600만∼700만원 수준였다.

광수생각은 대지 32평으로 건물가격은 전혀 없이 땅값만 2억원 정도 호가하는 수준이었다. 리노베이션하는데 들어간 총비용은 1억1000만원 내외. 외벽과 경계,옥상,마당을 포함해 리노베이션을 했기 때문에 비용이 꽤 나왔다.

현재 인근 부동산에서는 광수생각이 4억2000만원 내외라고 평가한다. 광수생각은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 효과,고객 수 등을 포함한 가격이라고 하지만 대략 1억원 이상의 가치 상승을 얻었다는 것이 주변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건물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을 포함한 유무형의 효과를 전부 판단한다면 이보다 더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성공한 리노베이션임은 틀림없다. 리노베이션은 공간 창출과 동시에 가치 상승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란 점을 증명한 셈이다.

사진 제공 및 도움말/니드21 (02)762-9560

◆ 건물 개요

▲위치: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대지면적: 32평 ▲총건평: 64평 ▲규모: 지하 1층,지상 2층 ▲설계:니드21
◆ 공사금액

▲목공사:4000만원 ▲금속공사:2500만원 ▲도장공사:1000만원 ▲전기공사:800만원 ▲유리공사:1000만원 ▲사인물공사:300만원 ▲기타공사:1000만원
◆ 사진설명

1. 신촌 이화여대 인근의 소규모 상업용 건물 ‘광수생각’은 대지 32평,바닥면적 18평 정도로 아주 협소했다.
리노베이션 이전의 모습.

2. 리노베이션 이후 시선을 끄는 카페와 캐릭터숍으로 신촌 일대에서 유명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리노베이션 이후의 모습.

3. 1층의 캐릭터숍은 독특한 조명과 실내 인테리어로 작은 공간이 더욱 넓고 활달하게 느껴진다.


4. 2층의 카페 모습. 젊은 사람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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