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채권·IB

[무너지는 뮤추얼펀드 신화<3·끝>]회생 대책은 무엇인가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3 05:23

수정 2014.11.07 11:59


“뮤추얼펀드 시장이 살아나려면 주가가 상승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제시하는 몰락 직전의 뮤추얼펀드 시장을 살리는 방안(?)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천수답’과 다름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늘(주식시장)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고광수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예금 등 여타 금융상품보다 경쟁력면에서 분명 우월한 상품인데도 도입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나 자산운용사 모두가 뮤추얼펀드의 장점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운용상의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노력한다면 시장은 반드시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도 변해야 한다=주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보다 오로지 수익률만 바라보는 뮤추얼펀드 투자자의 자세가 문제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도입 초기의 열풍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인식된 ‘뮤추얼펀드=고수익상품’이란 등식이 사라져야 한다”며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에 따르는 손실위험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뮤추얼펀드 주주총회에 결의를 행사하는 주주(투자자) 비중이 10%에 불과한데 반해 미국은 80% 이상”이라며 “펀드운용을 투명하게 유도하는 주주로서의 책임이나 참여의식이 일단 결여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주들이 펀드운용을 감시하는 감독이사 선임에 적극 나서는 등 최소한의 공은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신뢰회복이 급선무=고광수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도 지난 1930년대 펀드 도산이 잇따르면서 뮤추얼펀드 시장이 위기상황까지 간 적이 있다”며 “단기회복보다는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서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자산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펀드운용을 감시하는 감독이사직에 자산운용사의 이해관계자가 선임되고 특정 증권사에 약정을 한도 이상 몰아주며 동일종목 투자한도를 초과하는 등 자산운용사의 위규사항은 계속 적발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관계회사간의 밀회가 계속된다면 시장의 신뢰회복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구태에서 벗어나 모든 펀드 운용과정을 투자자 위주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정부의 홀대도 문제=지난 20일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모임을 갖고 대정부 업계 건의안을 만들었다.

건의안 내용은 ▲자산운용사의 투신사 전환 허용 ▲기관투자가의 뮤추얼펀드 투자제한 완화 ▲절세형펀드 판매 허용 ▲개인연금,퇴직신탁 등 장기연금형 상품의 뮤추얼펀드 투자허용 ▲완전개방형 채권형상품 허용 등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자산운용사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나 연·기금 등의 내규상 금융기관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법률이나 기관투자가의 내규에서조차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뮤추얼펀드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주체인 자산운용사가 살아남아야 하는데 각종 규제와 제도미비로 아웃소싱 대상 금융기관에도 선정될 수 없는 처지라는 한탄이다.

뒤늦게나마 정부도 최근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준개방형 뮤추얼펀드 허용에 이어 개방형펀드도 내년부터는 도입된다. 은행,보험 등 금융기관의 투자한도 제한도 대폭 완화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시장비전을 갖추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