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 회생기업지원 '말뿐'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4 05:24

수정 2014.11.07 11:59


쌍용·쌍용해운·성창기업·조양상선·성신양회공업 등 구조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22개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안’ 제출이 임박한 가운데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이나 출자전환은 물론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만기연장,채무재조정 등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 기업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채권단은 이들 유동성 부족 기업의 경우 철저한 자구이행을 전제로 지난 ‘11·3퇴출’에서 조건부 회생 판정을 받은 만큼 현재로써는 어떠한 지원방안도 강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는 ‘재무개선안이 제출되면 채권단이 기업회생 방안을 마련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힌 금융감독원의 입장이나 ‘생존가능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이 책임지고 지원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 21일 주문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24일 금융계와 관련기업들에 따르면 쌍용·쌍용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기업회생에 필요할 경우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를 개최,지원방안을 논의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어떠한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조흥은행 관계자는 “이번 재무개선안의 핵심은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아니라 기업의 자구계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간 회사상황 등을 고려할 때 채권단간 합의를 통해 신규자금이나 출자전환 지원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신양회공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신규자금 지원을 비롯해 출자전환·회사채 및 기업어음 만기연장·채무재조정 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산업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신규자금 지원은 논외의 대상”이라며 “출자전환이나 회사채 및 기업어음 만기연장 등도 채권단간 이견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성신양회공업에 대해서는 현재 여신의 45%를 갖고 있는 종금·투신 등 제2금융권이 지난 ‘11·3퇴출’ 심사에서 소외된데 대한 불만과 함께 무담보 여신이 대부분이라는 이유를 들어 기회만 되면 회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성창기업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관계자는 “대출금 금리를 낮추거나 출자전환시 담보권자와 무담보권자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데다 제2금융권의 비협조적 자세 등으로 기업에 대한 출자전환·신규자금·회사채 및 기업어음 만기연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조양상선 주채권은행인 서울은행 관계자도 “신규자금이나 출자전환은 제쳐두고 1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어음 만기연장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S기업 관계자는 “정부나 금융감독 당국이 이번에 회생판정을 받은 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독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지원책 마련은 뒷전인채 기업들의 자구노력만을 강요하는 것은 경제회생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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