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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진작 그럴 것이지


대우자동차 노사가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 합의,회사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항을 면하게 된 것은 대우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관련업계,나아가 구조조정과 개혁의 홍역을 앓고 있는 경제 사회전반을 위해서도 무척 다행한 일이다. 채권단은 신규자금 지원과 협력업체 어음 결제 재개를 서둘고 있으며 법정관리 이후 유일한 대안으로 나와있는 GM과의 매각협상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부도 이전,다시 말하면 노조가 인력감축을 완강하게 거부했던 20일 전 상황으로 돌아간 데 지나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결과적으로 대우차와 노조는 20일이라는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노조가 강경입장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에 동의한 것은 그러나 노조의 자율적인 입장 선회가 아니다. 이번 합의는 대우차의 명운을 쥐고있는 법원의 요구와 사무직 직원 5700명의 집단 사표와 창원공장·군산공장 노조가 노조집행부,엄격히 말하면 부천공장 노조의 파업투쟁에 동참을 거부한 것이 사태반전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우차 노조는 노조내부에서 조차 지지를 받지못한,투쟁을 위한 투쟁이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노조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경제적인 활동은 내외의 공감대를 발판으로 했을 때에만 비로소 순기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공감대 형성은 원칙과 책임이 기능할 때에만 가능하다. 대우차 노조뿐만 아니라 노조가 경제주체로서의 책임감을 외면한 채 강경투쟁을 벌이게 된 데는 정책당국의 무원칙성에 원인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여름 금융노조 파업 때 은행의 강제적인 통합은 않는다고 사실상 인원감축 유보를 합의해준 것을 들 수 있다. 목소리를 높이면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것이다. 원칙과 책임이 실종된 상황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위기와 난국을 극복할 수가 없다.

대우차 사태로 얻은 것이 있다면 오직 한가지,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의 강경투쟁은 어느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의 동반자로 나설 대우차 노조는 말할 것도 없고 동투(冬鬪)를 앞둔 노동계가 지표로 삼아야 할 교훈이다. 동시에 무원칙성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오는지 정책당국도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대우차와 대우차 노조가 지난 20일 동안 지불한 값비싼 대가를 살리는 길인 동시에 공생으로 가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