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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경제교실―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소유―경영분리 주주가치 극대화해야


정부는 1인 대주주가 상호출자로 기업집단의 경영권을 독점하는 기존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중이다. 흔히 ‘기업지배구조’하면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로 이해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을 좌우하는 권력을 누가 가지느냐가 그 요체로 훨씬 더 본질적이고 포괄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지배구조의 문제가 중요한 까닭은 경영의 효율성과 이해당사자 간의 형평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란 주주·경영자·직원·채권자·소비자·납품업자·정부·지역사회 등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는 집단들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관계의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개념이다. 특히 기업의 주된 의사결정자인 경영자를 주주를 포함한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통제하는가가 그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기업 지배구조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기업의 소유구조, 기업내부의 의사결정방식, 이사회, 경영진의 선임과 해임, 경영진의 보상체제, 인수·합병시장, 소액주주의 권익보호, 상호지급보증, 채무구조 등을 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는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우리 나라의 기업경영을 선진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들고 있다. 종전의 우리 경제는 대규모투자를 결정하는 주체가 정부아니면 기업의 오너였다. 기업의 소유주와 그 가족이 기업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우리 나라의 대기업은 외형성장을 위하여 그 동안 금융기관으로부터 과다한 차입을 하고 이 돈을 수익이 낮은 사업분야에 투자하는 등 의사결정이 결과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했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설비투자의 확장에 의한 성장궤도를 밟아왔으며, 결국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이제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회복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중대한 과제라 할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기업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에 있다.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서구의 자본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기업은 주로 창업주와 그의 가족, 그리고 후손들에 의해 소유되고 경영되어 왔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소위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고 기업의 경영권이 창업주에서 전문경영인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의 확립과 더불어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기업 내부 및 외부의 규율 및 감시체제를 서구기업들은 발전시켰지만, 우리 나라의 기업들은 소유경영자를 견제하여 소액주주를 포함한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소유경영자를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물론 이는 우리 나라의 자본주의의 역사가 일천한 데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그 동안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기업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경영권을 보호해준 정부정책의 산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 인수·합병시장을 활성화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며,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은 소유경영자의 경영권을 보호해 주는 과거의 정책방향으로부터의 혁신적인 선회를 의미한다. 우리 나라의 기업지배구조가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요구된다. 첫째 기업이 외부시장에 의해 규율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금융시장을 통해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것이 그 기본이 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을 정부로부터 독립시키고 금융기관이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대출 및 투자를 결정하는 장치를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에서 고려중인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 선임을 위한 집중투표제의 의무화와, 허위공시와 회계장부의 조작 등 경영자나 대주주의 부정 행위로 손해를 입은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주주도 함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증권거래와 관련된 주주의 집단소송제의 도입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둘째, 기업의 내부규율을 위한 지배구조의 개선은 경영목표를 주주가치극대화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대다수 우리 나라 기업들이 주주가치 경영을 내세우지만 실제 그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닌 일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경영을 해왔다는 지적이 많다. 다음으로 이사회가 단순한 거수기가 아닌 실제적인 의사결정기구로 기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외이사 및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의 선임은 기업지배구조의 내부규율을 바로잡기 위한 중요한 장치가 될 것이다.

/고승의 : 숙명여대 경영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