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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업 국내 빌딩 매입 바람…구조조정 환율 급등 따른 조건 좋아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30 05:25

수정 2014.11.07 11:55


한동안 뜸했던 외국기업들의 국내 오피스 빌딩 사냥이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오피스 빌딩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국적 부동산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합작사인 진산에셋이 극동건설 소유의 서울 종로구 은석빌딩을 700억원에 인수한 것을 비롯,금호그룹 광화문 신사옥 등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내 대형 빌딩 3∼4곳이 외국기업들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기업들이 금융구조조정으로 인한 자금력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외국 기업들이 국내 대형 빌딩을 인수하기에 좋은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매각 추진중인 곳=매각 추진중인 서울시내 대형 빌딩은 금호그룹 광화문 신사옥을 비롯,벽산건설 소유 부동산 19건 등 20건이 넘는다. 이중 외국계기업과 매각협상이 추진중인 곳은 금호 신사옥 등 3∼4곳.

이달 중 준공 예정인 금호그룹 광화문 신사옥은 지하 7층,지상 18층 연면적 1만6400여평으로 모건스탠리와 싱가포르 투자청(GIC) 등과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 금액은 1600억∼1700억원.

벽산건설은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동자동 벽산 125빌딩 등 소유 19건을 미국계 투자회사 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에 매각을 위한 사업성 검토를 의뢰해 놓고 있다.
벽산 125빌딩의 매각 대금은 900억∼1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이 짓고 있는 지하 8층,지상 45층 역삼동 I타워도 외국기업이 욕심을 내는 빌딩이다. 현산 관계자는 “I타워의 매각 계획이 전혀 없는데도 외국기업들이 팔 생각이 없느냐고 문의해 오고 있다”고 밝히고 “현재로는 I타워 처리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8층까지는 사무실로 임대하고 45층까지는 호텔로 운영한다는 방안도 그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호텔 부분은 하얏트 호텔의 최고 등급 호텔인 파크 하얏트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털 회사인 KTB네트워크도 사용 용도가 없는 23층 규모의 여의도 구사옥을 외국계 기업에 팔 계획이다.

제일생명을 인수한 알리안츠 생명은 최근 국내 부동산 중개회사에 본사 사옥 구입을 요청했다. 규모는 전용면적 7000∼1만2000평이어야 하고 가격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평당 5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알리안츠 생명이 구입하려는 빌딩 가격은 700억∼900억원 수준이다.

◇외환위기 후 매각된 곳=지난 98년 9월 홍콩상하이뱅크(HSBC)가 20층 규모의 남대문 삼성화재 빌딩 중 8개층을 380억원에 사들여 사옥으로 쓰고 있는 것을 시작으로 GIC,네덜란드계 로담코사 등이 앞다퉈 서울시내 굵직굵직한 부동산을 사들였다.


GIC는 지난 1월 한라그룹이 보유한 잠실동 33층짜리 주상복합건물 한라 시그마타워 1∼11층을 330억원에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무교동 서울 파이낸스센터(4550억원)와 회현동 아시아나빌딩(500억원)을 인수했다.

로담코는 지난해 11월 역삼동 현대중공업 사옥(1250억원대)을,싱가포르 홍릉그룹 계열사인 CDL사도 같은 달 서울 힐튼 호텔을 27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7월에는 휴렛팩커드가 여의도동 옛 고려증권 사옥을 700억원에 사들였다.

▲사진 설명 : 건설회사들의 잇단 부도와 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싱가포르 투자청(GIC) 등 외국 기업들이 서울시내 주요 빌딩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금호그룹이 현금확보를 위해 외국기업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서울 광화문 신사옥.
/ hanuli@fnnews.com 신선종기자

/사진 이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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