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국부동산신탁 부도 파장]65개 사업 차질…피해 최소 2조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02 05:43

수정 2014.11.07 16:17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의 부도처리로 이 회사가 시행을 맡아 추진하고 있는 전국 65곳의 사업추진이 최소 6개월가량 지연되고 이미 분양한 아파트나 상가,오피스텔 등의 계약자 및 시공사,협력업체 등의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게다가 한부신은 청산처리될 가능성이 커 동종업계로의 파장확대가 우려되고 있다.

◇피해 규모 및 파장=한부신은 이번 부도로 직접적인 피해액만 1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여기에 아파트 입주지연,시공사 및 협력업체 연쇄도산 등을 감안하면 그 손실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전망이다.우선 한부신이 분양한 아파트와 상가,오피스텔 계약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특히 분양보증에서 제외된 상가계약자 3657명은 그동안 분양대금으로 납부한 2500여억원을 고스란히 떼일 위기에 처했다.용인 보정리 동아솔레시티 등 6개 사업장 7362가구의 입주도 최소 6개월 이상 지연이 불가피하다.

한부신이 시행중인 공사현장의 시공업체 및 협력업체의 연쇄도산도 우려된다.현재 한부신이 전국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장은 65개.이곳에서는 47개 시공업체와 751개 협력업체가 공사중이다.한부신의 모기업인 한국감정원도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감정원은 지난 99년 한부신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정에서 채권단이 출자전환하는 조건으로 기술신용보증에 200억원,채권금융기관에 170억원을 지급보증해 한부신에 470억원을 현금출자한 데다 자체자금 200억원을 투입, 자본금(60억원)의 10배가 넘는 67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더욱 심각한 것은 기술신보와 채권금융기관이 지급보증에 대한 우선 변제를 감정원에 요구할 경우 감정원의 재정여건상 뾰족한 대책이 없다.최악의 경우 감정원이 국내 정부출자기관으로선 사상 초유의 부도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게 감정원 관계자의 얘기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한부신의 최종 부도처리로 아파트입주예정자 등의 피해롤 줄이기 위해 대책반을 구성,공사중단된 아파트건설 조기재개,상가 및 오피스텔계약자에 대한 민사절차 지원,기존 시공사 및 협력업체의 승계시공 등의 대책을 마련,추진키로 했다.

◇한부신 어떻게 처리되나=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법정관리나 청산절차를 밟는 것이지만 현재로는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한부신을 떠안을만한 위탁자가 쉽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위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정관리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주원태 외환은행 상무는 “채권단과 만나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지만 한부신이 법정관리로 가기에는 실무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채권단에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곧바로 청산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부신이 청산절차에 들어가면 현재 한부신이 맡고있는 65개 사업에 대해 새로운 위탁자를 선정하게 되지만 마땅한 수탁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이 사업권을 우선순위에 따라 나눠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 상무는 “사업장별로 등급을 매겨보니 33개 사업장은 원본을 까먹고 있어 매각을 추진중”이라며 “매각후 발생하는 손실은 채권은행들이 떠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poongnue@fnnews.com 정훈식·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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