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업계 자금난 심화]공사물량 부족·대출 高금리 ´이중고´

남상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04 05:44

수정 2014.11.07 16:16


건설업계는 공사물량 부족에다 자금난 등으로 요즘이 IMF 구제금융때보다 오히려 더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중소건설업체인 G사 L사장은 요즘 20년 가까이 정성을 들여 키운 회사를 계속 경영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L사장은 “지난 IMF구제금융때 초긴축 경영으로 위기를 탈출했으나 정작 지난해말부터 자금난에 봉착,자금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며 “회사 인수자만 있다면 당장 넘기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현재 금융권 평가는 A+등급이지만 은행문은 요지부동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 업종이 건설업이기 때문이다.
IMF때도 신용대출로 기업을 꾸려나갈 만큼 튼튼했던 G사는 직원도 100여명 안팎인데다 원도급 공사만 하고 있어 수익성도 괜찮았다.기술특허도 다수 보유한데다 고급 기술자도 상당수 확보하고 있고 기술 노하우에서도 앞선회사지만 요즈음 자금조달에 넌더리가 나 업종전환을 검토할 정도다. 이 회사의 자금난은 차입금 상환 등이 이유가 아니고 발주처에서 공사 계약에 따른 선급금과 공사 기성금 지급이 늦어진 바람에 투입 공사원금을 충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공공사 설계를 주로 하는 W기술단과 교량 감리·설계를 주로하는 P엔지니어링 등의 관계자들도 계약때 ‘선급금은 없다’는 조건을 감수하면서 하는 수주가 많다고 밝혔다.

미분양 업무용 빌딩이나 아파트건설에 많은 자금이 묶여 있는데다 부동산 시장도 위축돼 있어 대형 건설업체들도 자금난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한결같이 신규 사업을 줄이거나 유동성확보와 내실경영 위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S사 관계자는 “말이 좋아 내실경영이지 사실상 회사의 존립자체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사업에 선투자한 대형 건설업체들은 유동성확보를 위해 기존 보유 부동산중 매각 가능한 것은 모두 내놓고 있다.이마저 제대로 팔리지 않을 경우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건설업체는 회사채를 통한 직접자금 조달이 매우 어렵다.증권사가 5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건설업계는 7%인 350억원 범위내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운좋게 참여하더라도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감수해야 한다.주식·회사채 등의 건설업체 직접자금 조달액도 지난 96년 4조2860억원(전산업 대비 12.2%)에서 지난해에는 11월말까지 1조2600억원(�Q1.9%)에 그쳐, 96년의 29% 수준에 불과하다.반면 전체 산업의 직접금융 조달은 96년 35조1880억원에서 지난해 무려 64조3870억원으로 82%이상 늘어났다.

정부 공공공사의 선급금 지급 규정에도 불구하고 지켜지는 곳이 많지 않다.게다가 선금사용 계획서 제출,통장의 공동관리 등 절차까지 복잡하고 까다롭다.정부에서는 상반기에 예산의 70%를 배정한다느니,선급금 지급비율을 높인다는 등 떠들어 대지만 실제 선급금 지급은 예산미배정을 이유로 예전보다 훨씬 늦게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 일선 건설현장의 목소리다.


금융기관의 건설업 신용평가 방식도 문제다.선진국처럼 건설업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데다 획일적인 방식이다.미국은 자본(Money) 장비(Machine) 인적자원(Manpower) 자재(Material) 공법(Method) 사업관리기술(Management) 등 건설업체가 갖고 있는 6M’s를 평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금융기관 신용평가때 건설업체의 영업능력과 원가절감 등 향후 수익성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국내외 시공실적 및 경험·신기술지정·특허공법·기술자보유 등 기술능력·국내외 영업망인 시장개척능력 등 무형적 자산에 대해서도 적절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또 금융비용 부담과 관계없는 공사및 분양 선수금은 부채비율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공사 수주가 많거나 아파트 분양을 많이 할수록 부채비율이 더 높아지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체 신용평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력을 고려하고 건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자금난 완화는 물론 억울한 부도를 줄이고,우량 건설업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 somer@fnnews.com 남상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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