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컨설팅 파일]잡종이 강하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08 05:45

수정 2014.11.07 16:10


맛이 으뜸이라는 후지사과 밭에 후지사과 나무만 있으면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없다.못생기고 천하지만 정력이 좋은 홍옥이나 국광을 꽃가루받이 나무로 심어야 고품질의 사과가 열린다. 동종교배는 과실을 약하게 하지만 잡종결합의 이종교배가 좋은 열매를 맺게하는 자연법칙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소기업의 인적구성을 살펴보면 다분히 회의적이다.상당수 기업들이 사장과 가족 중심으로 운영된다. 아버지는 사장,장남은 전무,둘째는 경리부장 이런 식이다. 그러다 회사가 더 커지면 친지·선후배 등을 끌어들인다.
자기들끼리 차(車) 치고 포(包) 치는 형국이다.

기업의 폐쇄적 인력운용은 생태학상 명백한 동종교배에 해당한다. 속담에도 처갓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고 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도 출신·분야·성향이 엇비슷한 친족·지인 중심의 인력운용으로는 효율이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질적인 지식·정보·기술이 결합될 때 이른바 시너지효과의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 기업들은 ‘순혈’의 틀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구조조정 와중에서 다양한 우수 인력의 공급이 넘치고 있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삼아서는 안되겠지만 어쨌든 남이 애써 길러놓은 인재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대전에서 다국적군이 위력적이라면 이후 경제환경에서는 다양한 인적결합이 성공경영의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

잡종이 강한 세상이다.

/권의종 신용보증기금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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