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세탁방지법 왜 제정않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14 05:47

수정 2014.11.07 16:03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자금세탁방지법이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시민단체가 부패방지법안을 청원한 지 5년이 지나고 15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후 두번째다.

이른바 자금세탁방지법이라고 통칭되는 법률안은 두가지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및 처벌에 관한 법과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및 이용등에 관한 법이 그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실시되는 2단계외환자유화조치에 따라 예상되는 검은 돈의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관련법의 제정을 서두른 것이다. 물론 이 법안에는 불법 정치자금의 세탁행위를 명시적으로 처벌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권력과 유착된 검은 거래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여망을 외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허름한 법안마저도 국회가 제정을 미룸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제적 망신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오는 6월 열리는 총회에서 한국을 자금세탁방지 비협조국가로 지정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5개국을 비협조국으로 지정한 지난해 총회에서도 한국은 관련법을 곧 제정하겠다면서 위기를 넘긴 터였다. 이 법은 29개 OECD 회원국 중에 한국과 폴란드등 4개국만이 제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비협조국으로 지정되는 경우 받는 불이익은 돈으로 가늠할 수없을 만큼 막대하다.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의심되는 나라로 분류됨으로써 국제신인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회원국과의 거래에 제한을 받고 고객을 확인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거래를 기피할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대우와 동아건설의 경우와 같이 부실회계와 분식결산등으로 경영의 투명성에 의심을 받고 있지 않은가.

국회가 이 법의 제정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지만 속뜻은 자기가 제정한 법에 혹시 올가미가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도대체 국회는 언제까지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고 자기몫 챙기기에만 급급할 것인가.

가뜩이나 범죄자금의 돈세탁규모는 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연간 54조∼169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총생산액의 8∼25%에 이르는 것이다.

지하경제의 규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 전에 국회는 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그 법에는 정치자금까지를 규제대상으로 포함시킬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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