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전경련 회장의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16 05:47

수정 2014.11.07 16:00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정부의 상속세 폐지 방침에 반대운동을 펴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새로 출범한 부시 행정부가 감세정책의 일환으로 상속세를 폐지하려하자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와 조지 소로스 등 대표적인 부자 120명이 신문광고와 서명을 통해 반대운동에 나선 것이다.

그들의 반대논거가 또한 상큼하다. 상속세가 없어지면 억만장자의 아들은 더욱 부자가 되고 나머지 가정에서는 세금을 더 내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의 주머니를 쥐어 짜면 빈부 격차가 심화될 뿐이라는 우려에서이다. 상속및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 갖가지 편법을 동원하는 우리 기업풍토에서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마침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 연합회의 새 회장단이 공식 구성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 김각중회장이 27대 회장으로 재선임되고 40대의 젊은 피가 새로 수혈되었다. 젊은 피의 수혈은 전경련의 국제화와 세대교체의 몸부림으로 평가된다. 새 회장단은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단합을 통해 경제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 단체의 위상을 강화하는 책무를 띈다.

그러나 체질개선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압력단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창달도 중요하지만 시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요구에도 부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재벌들이 벌이고 있는 운동이 왜 한국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의 간단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그룹의 선단식 소유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사실은 그들의 보호벽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를 실감케 한다. 특히 재벌 오너 일가들은 자신의 직접적인 지분율은 낯추면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방법을 통한 기업 소유지배력은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계열사간의 고리를 끊고 소그룹으로 재편한다는 약속이 공염불로 끝난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하루빨리 마무리 짓고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현안의 노사문제를 합리적으로 매듭짓는 일도 새 회장단의 몫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하는 일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투명경영은 그러한 과제해결의 첩경이다. 정치권 또한 재계에 손벌리지 않는 풍토를 확립해야 한다.
특히 대선을 내년으로 앞둔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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