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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중남미 접수중’



중남미 지역에 달러를 공식통화로 인정하는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 바람이 거세다. 자국 통화와 함께, 또는 자국 통화를 버리고 미국 달러화를 공식통화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과테말라는 1일(현지시간) 개인과 기업이 원할 경우 공식 통화인 케찰외에 달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을 발효했다. 이로써 과테말라는 중남미에서 달러를 공식 통화로 인정하는 4번째 나라가 됐다.

새 법에 따라 과테말라 근로자는 앞으로 봉급을 달러로 받을 수 있으며 달러 은행계좌도 개설할 수 있다. 기업도 원할 경우 달러를 비롯한 어떤 공식 외화로도 거래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

전문가들은 달러 공용화로 케찰화가 고사하지는 않겠지만 케찰화 환율이 현재 지난 8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달러 사용이 크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케찰화 환율은 지난달 30일 현재 달러당 7.76케찰을 기록하고 있다.

과테말라 내셔널 뱅크의 리자르도 소사 총재는 “이미 몇년 전부터 사실상 달러가 통용돼 왔다”면서 “이번 조치로 과테말라는 어떤 외화로도 공식 거래가 가능한 세계 최초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과테말라 경제는 미국으로 이민간 동포들이 송금하는 달러에 크게 의존해 왔다. 과테말라은행(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송금액은 56억달러에 달했으며 올들어 1·4분기에만도 벌써 20억달러가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중남미에서는 엘살바도르·에콰도르·파나마 3국이 달러를 공식 화폐로 인정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1월부터 자국 ‘콜론’화와 달러의 병용을 허용했으며 에콰도르는 지난해 9월부터 아예 ‘수크레’화를 버리고 달러만 공식 통화로 인정하고 있다. 파나마는 이미 100년 전부터 달러를 써 오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지난 91년부터 자국 페소화 가치를 달러에 페그(고정)시켰다.

달러라이제이션의 확산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플레이션 억제가 가장 큰 목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정된 달러화를 공식화폐로 도입함으로써 고질적인 물가불안을 잡겠다는 것이다.

또 달러라이제이션은 국내에 유입된 외자가 급속히 빠져나갈 위험을 더는 효과가 있다.

반면 달러만을 공용화폐로 도입할 경우 사실상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단적으로 중앙은행이 원하는 때에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
이 결과 이들 국가의 통화·금리 정책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좌우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과테말라가 달러화 공용을 통해 특히 대외 가격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달러가 널리 통용돼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처가 큰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 paulk@fnnews.com 곽인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