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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사설] ‘투표불참’이 남긴 문제점


한나라당이 제출한 국무총리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 건의안은 여권3당의 실질적인 투표참여 거부로 폐기됨과 동시에 임시국회도 막을 내렸다. 물리적인 충돌이나 날치기 등의 파행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걸음 전진된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이지만, 그러나 소속 의원의 의사표시(투표)를 원천적으로 막았다는 점에서 ‘날치기 파행’과는 또다른 문제점을 노출시킨 것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국무총리와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은 대우자동차 노조 과잉진압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폐기시킨 여권의 ‘작전’이 야당과의 겨룸에서 정치적인 승리가 될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집권여당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만약 초기단계에서부터 정부 여당이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여 철저한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다면 야당 역시 해임건의안을 들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서 해임건의안을 들고 나오도록 한 야당의 정치공세는 여권에서 촉발시킨 감이 적지 않다. 해임건의안을 폐기시킴으로서 대우노조 과잉진압에 대한 문책까지 폐기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여권 3당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여권 3당 지도부가 의원 개개인의 의사표시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점 역시 간단히 넘길 수 없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이른바 반란표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여권 지도부의 해명이다. 이는 곧 국무총리와 행자부장관이 여권 소속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내각책임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국무총리와 행자부장관이 여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 적어도 신임을 받지 못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면 이 역시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해임건의안 표결에는 여권3당 소속의원 137명(민주당 115명·자민련 20명·민국당 2명) 가운데 38명(민주당 37명·민국당 1명)만이 투표를 했다.
집권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데 67.8%에 해당하는 78명이 적어도 당 지도부로부터 전폭적인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론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우리 의정풍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역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풀어가야 할 과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