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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사설] 낯 뜨거운 ‘바이러스 수돗물’


일부 중소도시 수돗물에서 무균성 뇌막염과 A형 간염,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환경부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정부는 수돗물만큼 안전한 음용수가 없다고 홍보해 왔다. 이번 환경부 조사 결과는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말해 준다.

이번 조사는 589곳에 달하는 전국 정수장 가운데 9.3%인 55곳만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도 정수장 물 뿐만 아니라 정수한 뒤 공급된 가정 수돗물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돗물을 믿고 마시라고 권장하는 자체가 무리한 일이다.

환경부는 수돗물 대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정수장 운영관리 강화와 함께 2005년까지 19조6000억원을 들여 15대 정책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수질검사 기준을 85항목으로 늘리는 것과 바이러스 처리 기준 도입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러한 대책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완전히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적어도 오는 2005년까지는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돗물의 바이러스 오염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93년에 서울 수돗물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었으며 97년 미생물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서울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당 교수를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법정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극히 소극적으로 대처한 감이 없지 않다.
바이러스 문제가 제기된 97년부터 환경부는 정수장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겨우 55곳만을 검사했을 뿐이고 바이러스 처리 기준 도입과 수질검사 기준항목 확대 등은 이제 와서 2005년을 목표연도로 잡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서울시 역시 올들어 각급학교 정수기 설치 예산으로 14억원을 배정함으로서 스스로 ‘수돗물 안심하고 마시기’를 뒤집고 있는 것 역시 가볍게 넘길 일이 못된다.

결국 이 시점에서 수돗물 음용 대책은 가장 원시적인 ‘3분 이상 끓여 마시는 것’밖에 없는 셈이다. 이러고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 앞에 낯을 들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