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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사설] 개선 안되는 낙하산 인사


지난 4월 이후에 단행된 정부 산하기관 및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인사는 ‘낙하산 인사’를 시정하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얼마나 구두선에 그치고 있는지를 새삼 일러준다. 4월 이후 기관장이 바뀐 11개 공기업의 사장과 이사장 자리에는 거의 전부가 주무부처 고위관리나 전직국회의원 군인 경찰 출신이 임명되었다.

지난 3월 중순 정부는 갑자기 6개 공기업사장을 전격 해임했다. 개혁성과 전문성의 결여가 그 이유였다.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정치인 출신의 낙하산 인사는 그대로 있고 오히려 전문 경영인 출신이 경질되었다는 점이 의아스러웠다. 더구나 해임된 6명 가운데는 이미 사표를 낸 사람도 있고 임기를 며칠 안 남겨두고 있는 사람도 있어 실적 과시용이 아닌가 하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 뒤에 이루어지는 인사는 그래서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역시나’로 끝나고 만 느낌이다. 어느 전직 해군참모총장이나 경찰대학장, 지방경찰청장, 국회의원 등이 어느 자리에 갔다고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이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사가 발탁된 예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루어진 공기업 인사에서도 ‘낙하산’은 유감없이 발휘되어 왔다. 지난번 장·차관 인사에 이어 후속인사로 이루어진 금융기관과 산하기관인사에서 공무원출신의 끈과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었다. 은행의 감사직은 재경원과 금감원 퇴직자의 전유물이고 공기업임원은 정치인들의 피난처란 말이 공공연할 정도다.

정부가 개방형 공직자 임용제도를 도입한다면서 실시하고 있는 공개모집제도도 따지고 보면 들러리를 세워두고 실질적으로는 이미 점 찍어 둔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최근에 실시된 재경부와 교육 인적자원부 산하 인사에서도 그 실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임면권자는 항상 자기 사람을 앉히고 싶은 유혹을 받게 마련이다. 그것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저상하고 그 화가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은 잊게 마련이다. 그런 유혹을 떨쳐버리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지도자로 추앙받는다는 것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가뜩이나 우리는 공공부문의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지 않고는 국가신뢰회복도, 외국인 투자유치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4대 개혁 가운데 가장 실적이 부진한 부문이 바로 이 부문이 아닌가. 개혁의 걸림돌인 낙하산 인사의 고리를 끊는 결연한 자세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