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컨설팅파일―권의종] 기업에는 연습이 없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5.10 06:10

수정 2014.11.07 14:32


산학협동 중국출장의 일화다.여행시작부터 중소기업 사장들은 중국전문가로 통하는 교수에게 쉴새없이 질문을 해온다.질문을 받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귀찮을 지경이나 이들의 열의에 놀라울 따름이다.자료수집과 메모에 열중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2∼3일만 지나면 기업인들의 질문은 뚝 끊기고 만다.그 이유는 놀랍게도 이들이 그 짧은 시간동안 벌써 ‘중국 전문가’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도 그럴 것이 중소기업 사장의 상당수는 자수성가 기업인들이다.자기 경험과 직감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익숙해 있는 편이다.

한국보다 경제발전이 늦은 중국경제를 그런 시각으로 보면 ‘착시현상’을 빚기 쉽다.중국 도처에 돈벌이 사업이 널려있는 듯 보일 수 있다.현지 사정에 밝지 못한 기업인중에는 중국측 파트너를 너무 순수하게 믿는 경향마저 없지 않다.그 결과 투자나 거래에 대한 경제성을 낙관해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빈발한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 출장때 컨소시엄을 구성해 여럿이 동행하며 중국 기업들은 큰 일 일수록 한꺼번에 벌이지 않는 게 원칙이다.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곧 죽어도 단독 플레이를 고수하며 대규모 사업도 일거에 벌이고 만다.

자기확신이 자수성가 기업의 오늘이 있게 한 힘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그러나 이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도리어 함정이 될 수 있다.한 번 실수로 병가상사(兵家常事)가 아니라 병가몰사(病家沒死)의 사태를 빚을 수 있다.기업에는 연습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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