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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사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의 허실


기업은행과 조흥은행을 필두로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와 할부수수료, 연체료율 등 신용카드 부문의 3대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기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오는 18일부터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최고 4.76%포인트 인하하는 등 신용카드 수수료를 평균 10% 이상 인하한다고 밝혔으며 조흥은행도 연체료율을 평균 3∼4%포인트 인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카드업계의 수수료 인하는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수료 인하 명령을 받은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신규 진입규제라는 보호막 속에서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방만한 경영을 해온 카드업계가 고객보호와 산업경쟁력제고 차원에서 스스로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카드사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수수료를 인하하다 보니 그 내용을 뜯어 보면 몇가지 문제점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 인하에서 그동안 사회문제가 되었던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율과 관련, 고객별·사용기간별 차등화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다.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서 수수료를 차등화하는 것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일종의 여신행위로 볼 때 위험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며 선진금융기법의 도입으로 환영할 일이다.그러나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일수록 현금서비스나 할부구매를 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을 카드사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현금서비스를 받지 않는 고객층에 대한 수수료 인하폭만 키우면서 실질적으로 현금서비스를 많이 받는 고객층에 대해서는 별 혜택이 없는 수수료체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수수료 평균인하율은 실제보다 과장되어 카드업계의 수수료 인하발표는 그야말로 ‘립 서비스’에 그치고 말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금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신용등급이나 기간 유형을 감안해서 실질적으로 카드사들이 얼마나 수수료를 내리는지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카드사들이 연체대금 등 부실채권의 회수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이같은 감시 감독은 아직까지 신용카드업계가 진입규제로 인해 과도한 이윤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져야하는 금융당국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카드 수수료 인하 항목 중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빠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업종별 수수료 체계의 조정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