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르노삼성차 ‘영업직 빼가기’ 물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5.17 06:12

수정 2014.11.07 14:25


르노삼성자동차가 영업력의 확충을 위해 기존업체 영업인력의 대규모 스카우트에 나서자 기존 완성차 3사가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1일 출범한 르노삼성차는 2002년까지 국내자동차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판매력 강화가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판단, 올들어 직영 판매영업소을 59개소에서 70여개소로 늘렸고 정규 영업인력도 600여명에서 780여명으로 보강했다. 또 올해말까지 영업점을 100개로 확장하고 영업사원도 1000명 가량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그러나 르노삼성차가 영업사원 채용 과정에서 신입이 아닌 경력사원 위주로 채용하고 있어 현대·기아·대우차 등 기존 완성 3사가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올들어 180여명을 새로 뽑았는데 이 가운데 90% 이상은 경력사원”이라며 “앞으로도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 위주로 채용, 영업전선에 바로 투입해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99년 기존 삼성차가 빅딜(대규모 사업교환)과 법정관리 등으로 전체 인력 6000여명 중 4000여명이 삼성계열사로 이직했거나 퇴사했다”며 “지난해 르노삼성차는 출범을 전후해 인력 채용에 나섰으며 현재 일반 관리직의 경우 20∼30%가 기존 현대·기아·대우·쌍용차 인력들로 채워져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기존 업체들은 그간 공정한 시장경쟁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단 한번도 경력사원을 모집한 적이 없다며 후발주자인 르노삼성차가 이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대차에서 영업조직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현대차 판매대리점의 경우 르노삼성차가 직영직원 채용을 미끼로 일반 영업사원까지 무작위로 스카우트를 하고 있다”며 “판매대리점의 속성상 직원수가 많지 않아 대리점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또 “르노삼성차는 현대차 직영판매점에 대해서는 우수 고참사원인 팀장급을 위주로 인력 빼내가기를 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르노삼성차 지점의 부책임자급으로 승진시켜주고 향후 관리직 간부사원으로의 전직도 가능하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우차 판매대리점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입사 2년이 지나야만 경력 영업사원이 되는데 이를 위해 입사시 20박21일 교육, 입사후 연 1회이상 4박5일 교육 등 1인당 최소 500만원 가량의 투자를 하고 있다”며 “특히 15명의 신입 영업사원 중 2년 뒤 남는 직원은 1명꼴임을 감안하면 1명의 경력사원에게 모두 7500만원을 쏟아부은 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력 영업사원이 이탈할 경우 조직 누수현상이 심화돼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며 “특히 그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갖가지 우여곡절을 함께 감내한 직원들이 르노삼성차의 감언으로 떠나는데 허탈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협회 관계자는 “남이 길러논 인력을 데려간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르노삼성차가 자칫 무리하게 ‘사람 빼가기’를 시도할 경우 과거 삼성차의 설립 당시와 마찬가지로 스카우트 파문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6만5000대를 내수판매 목표로 세웠다. 오는 2006년 이후에는 25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의 인력빼가기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 js333@fnnews.com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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