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변신하는 재계―현대그룹(上)] 현대그룹의 앞날은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83개의 계열사에 100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재계 수위를 굳건히 지켰던 현대그룹.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그룹 재편과정을 거치면서 ‘미니그룹’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정몽구 회장의 자동차 10개사가 그룹에서 떨어져 나간데 이어 지난 18일 현대건설마저 주주총회를 계기로 사실상 현대의 둥지를 떠났다.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는 오는 6월말까지 계열분리되고 현대투신증권 등 금융계열사들도 외자유치 협상이 끝나는 대로 경영권을 넘기는 수순을 밟게 된다. 금강산 관광사업 등 대북사업도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그룹의 앞날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들만큼 불투명해 보인다.

◇현대 소그룹 체제로=자동차에 이어 간판기업이었던 현대건설(자산7조6000억원) 등 그룹의 ‘차’ ‘포’가 없어진 현대그룹은 앞으로도 ‘뜨거운 감자’인 현대투신과 하이닉스반도체(자산 17조8000억원) 등이 상반기 중 외자유치를 통해 분리될 전망이다. 또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춘 현대중공업(9조9000억원)마저 올 연말까지 그룹에서 독립한다.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현대상사,현대엘리베이터 등 3개의 상장사와 현대택배 등 비상장사를 거느린 단출한 10개 안팎의 소그룹으로 전락하게 된다. 자산총액도 20조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8∼11위를 달리는 롯데,금호,한화,두산그룹 등과 순위를 다툴 전망이다.

이같은 그룹내 소그룹 핵분열을 모두 마치면 MH가 이끄는현대는 올해 말쯤에는 상선,상사,엘리베이터 등 3개 상장사와 현대택배 현대아산 등 9개 비상장사만 남는다. 문제는 외형적 위축과 함께 내실도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은 해운업체 특성상 높은 부채비율과 환차손, 대북사업 손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새 지주회사로 등장한 현대엘리베이터는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소형기업에 불과하다. 현대상사도 자동차와 중공업 등의 분리로 힘을 잃었다. MH와 현대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증권의 경영권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마저도 시장의 힘에 의해 백기를 들 것으로 보인다.

◇MH의 힘겨운 경영권 방어=건설이 그룹에서 떨어져나감에 따라 MH의 그룹 지배구조도 변형됐다. 최근 MH의 장모인 김문희씨(고 김용주 전방 창업주의 딸)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8.57%를 사들여 이 회사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분 15.16%를 갖고 있으며 현대상선은 현대상사 6.23%, 현대증권 16.65%, 하이닉스반도체 9.25%, 현대중공업 12.46% 등 지분을 골고루 보유중이다.

MH가 특수관계인을 내세워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주회사로 삼아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그대로 유지한다. MH는 이들 계열사들을 추슬러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 마지막 재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진통=MH가 남은 계열사는 물론 증권과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영권을 놓고 채권단과 막바지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상선과 채권은행이 현대상선에 회사채 신속인수 혜택을 줄 때 MH의 경영권 박탈조항을 넣을지 여부를 놓고 힘 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의 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15.56%)와 MH(4.9%). 외환·산업은행은 유동성 위기 재발시 대주주 지분을 처분하고 경영책임자를 교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MH와 상선측에 요구하고 있다. 만약 현대엘리베이터까지 대주주지분처분 위임장을 낼 경우 MH가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마저 깨질 수 있다.


현대증권도 MH로서는 고민거리다. 상반기중에 매각이 이뤄지는 현대투신에 대해 미국 AIG측에서는 현대증권의 경영권도 함께 넘겨주기를 원하고 있으나 현대건설을 포기한 MH가 증권까지 내줄 수는 없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는 외자유치를 추진중인 하이닉스반도체도 이미 미국식 이사회 조직을 중심으로 경영이 되고 있는 만큼 이 사업을 가장 잘 아는 기존 경영진과 경영체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