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항공기 조종사노조 목소리 커졌다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05 06:17

수정 2014.11.07 14:07


항공사 조종사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4일(현지시간) 세계 주요항공사의 조종사 노조가 연합체를 형성, 협상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자 항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있다고 보도했다.

독일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조종사 노조는 임금 24%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 3차례 파업을 감행한 끝에 최근 3자 중재방식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97년 미국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을 비롯해 루프트한자, 싱가포르 에어라인 등 13개 항공사가 참여해 설립한 연합체 ‘스타’ 소속 조종사 연맹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조종사는 “전 세계적으로 조종사들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 98년에는 아메리칸 에어라인(AA), 브리티시 에어웨이스 등 8개 항공사가 참여한 ‘원월드’가 구성됐다. 원월드 조종사연합(OCCC) 소속 조종사들은 지난달 마이애미에 모여 노사협상 지침 등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AA 노조는 자체 웹사이트를 재단장해 회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논의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조종사들간의 교류가 활발하다. 미 항공조종사협회(ALPA) 듀안 워스 회장은 “소속사와 국적을 떠나 동종 업계의 강한 연대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4년 전 미국이 지난 78년 실시한 항공업계에 대한 규제완화책을 그대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국영 항공사의 매각이 잇따르고 경쟁 구도가 갖춰지는 등 유럽 항공시장은 새롭게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 연대가 자연스레 이뤄졌다.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운영자원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스페인 이베리아 항공사 대변인이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측 입장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조종사 연대가 달가울리 없다. 델타항공의 최고경영자(CEO) 레오 멀린은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종사들의 무리한 요구가 회사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저널과의 회견에서 털어놨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조종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승무원, 수하물 관리자, 전산요원 등 타업무 종사자들도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들고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한다.

런던 SG증권의 유럽 항공업계 분석가 이안 와일드는 “루프트한자가 조종사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유럽 다른 항공사에서도 갖가지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항공사 노사간의 대립에 따른 피해를 고객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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