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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통상정책 이대론 안된다] 부처 ‘따로따로’ 사후대응 ‘급급’


정부의 통상정책이 자꾸 겉돌고 있다.

통상기능을 나눠 맡은 외교통상부·산업자원부·재정경제부 등 3개 부처가 손발을 맞추지 못해 수시로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통상현안 처리는 사전예방이 아니라 사후대응에 급급하고,그나마 부처간 입장조율이 안돼 잡음이 빈발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세계 각국의 전방위 통상압력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통상협상력은 여전히 ‘초보수준’을 맴돌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상시스템의 대대적 정비가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사후약방문’식 대응=미국이 지난 5일(현지시간) 수입철강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를 결정한 것은 미 철강업계의 불황을 감안할 때 예견된 사안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업계와 공조해 사전 대비책을 적극적으로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철강은 우리 정부가 한보철강을 비롯한 철강제조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는 인상이 짙은 만큼 사전에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며, 특히 미국이 철강수입을 규제할 경우 미국내 자동차업계를 비롯한 최종수요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점을 적극 홍보할 것을 주문해왔다.

정부는 미국의 철강 수입규제조치 결정이 불거진 다음날에야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201조 실무대책반’ 회의를 긴급소집, 향후 대응전략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일단 미국 정부의 ‘정치적 접근’에 대한 국제적 비난여론을 조성하고 오는 24∼29일로 예정된 장재식 산자부 장관의 미국 방문때 철강업종의 통상마찰을 완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사후약방문식 대응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는 또한 지난달 일본이 한국산 제품(폴리에스테르 단섬유)에 대해 처음으로 반덤핑 조사를 결정할 당시 이를 두달전에 감지했으면서도 “국산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의 수출이 일본 관련산업에 피해를 주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다.

조선협상도 허술하기만 하다. 산자부는 지난달말 유럽연합(EU)과의 조선 1차협상을 앞두고 세계무역기구(WTO)규정에 조선분야는 없어 EU의 WTO제소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EU측에 ‘10% 선가인상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중국산 마늘 수입비용 분담도 원칙이 세워진지 한달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욱 문제는 중국이 마늘분쟁과 비슷한 방식으로 통상압력을 가해오면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손발 안맞는 통상조직=우선 통상관련 업무가 외교부, 산자부, 재경부로 분산돼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 대외교섭업무와 무역진흥업무는 각각 외교부와 산자부로 갈라져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대외경제조정기능이 총리실에서 통상경험이 부족한 재경부로 이관됐다. 이를 위해 신설된 재경부 국제업무조정관(1급)이 총괄업무를, 통상교섭본부가 실무를 맡도록 돼 있어 사실상 업무가 상충되고 있다.

외교부내 ‘통상사령탑’인 통상교섭본부는 예전부터 지적됐던 전문인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외교부의 순환보직 원칙 때문에 통상분야에서 클 만하면 외교분야로 진로가 바뀌는 모순을 안고 있다. 지난 98년 2월 외교부 내에 통상교섭본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다른 부처에서 전입해온 공무원은 43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외교부 내 각 부서를 통틀어 10여명도 채 남아있지 않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외교부의 텃새로 모두 밀려났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통상교섭본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통상교섭본부는 각 부처에서 발생하는 각종 통상현안에 대해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부처간 이견을 효율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통상문제가 발생하면 실무부처만 분주할 뿐 통상교섭본부는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 거듭되고 있다.

/ msk@fnnews.com 민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