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새로운 발전모형을 찾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10 06:19

수정 2014.11.07 14:03


최저점을 통과한 국내경기가 금년도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얼마 전까지 경제 활성화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그러나 지금 국내외에 전개되고 있는 경제상황과 한국은행의 경기전망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어려움을 벗어났다는 판단은 성급한 견해다.

우선 대외적으로 의존성이 높은 미국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둔화는 수입규제와 국내시장에의 개방압력을 통해 수출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국내경기의 성장세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92년 9월 이후 가장 많아 졌고 노동생산성도 8년만에 최대로 급락했다는 사실은 미국경제의 회복시기가 불확실할 뿐 아니라 경제성장률의 둔화를 예상해 주고 있다.특히 최근 미국이 어려움에 직면한 철강업계의 제안에 따라 자국 철강업계의 피해조사에 착수한다는 발표는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위한 절차로 보여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산 철강제품의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거세어지고 있는 통상압력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수출품이 새로이 덤핑혐의 등으로 수입규제를 받거나 조사를 받는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 남아공 등이 철강제품과 섬유류 등에 대한 반덤핑조사에 착수해 수입규제의 대상품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보면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정부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유수한 국내기업들이 공장은 물론 본사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국내의 기업환경은 여전히 기업들이 편안히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해외에서는 각 나라들이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감세정책을 비롯해 많은 유인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국내기업의 해외이주가 단지 지나가는 말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외국기업과 기업인들이 우리의 기업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반복해서 지적하는 것을 보면 국내기업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에도 일리가 있다.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 역시 이런 국내의 열악한 기업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최근 노동계의 파업사태는 국내 기업의 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외국투자가들이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강제해산된 효성 울산공장 파업을 비롯해 장기화되고 있는 여천 NCC 파업 등 전체 노동계 연대파업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의 파업에는 항공사를 비롯해 병원 등 공공사회서비스의 노조를 포함하고 있고, 만일 12일 노동계의 연대파업선언이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기업활동은 물론이고 사회적 불안까지 우려된다.이렇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경제활성화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경제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실물경제의 어려움에 더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난 금융불안이 경기회복의 장애물로 여전히 남아 있다. 6월 이후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3조원 규모의 투기급 회사채를 여하히 해소할 수 있는지에 따라 금융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현재로서는 차환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과연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장기적 정책 방향 제시돼야

단기적으로는 수출시장의 여건악화, 개선되지 않는 기업환경과 여건, 노동계의 불안, 금융시장 불안요인 등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대내외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적절한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그러나 지금은 경기부양과 경기회복에 대한 단기적인 정책과제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때다.

한국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장기적 과제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과거와 같은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경쟁무기로는 새로이 부상하는 신흥공업국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경제에 적합한 새로운 발전의 전략을 찾기 위해서는 산업기술, 경제전략, 경제구조적 측면에서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는 과제가 시급하다.한 단계 높은 차원의 국민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새로운 모형을 찾아야 한다는 앨빈 토플러의 제안은 우리나라가 지금 장기적 비전과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지적해 주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발족한 민간과 정부출연연구소, 정부의 관계자로 구성된 ‘비전 2011 프로젝트’가 한국경제의 장기적 방향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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