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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우먼―이수남 세인트어패럴 사장]“파격 디자인 인기몰이 주역이죠”


토털의류업체 세인트어패럴 이수남 사장(51)은 옷장사 하는 사람들 사이에 질 좋은 옷감과 파격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90년대 초 화이트 속옷만이 넘실대던 국내 이너웨어 시장에 컬러팬티를 처음으로 선보인 주인공이다. 자금이 달려 대량생산을 하지 못한 채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밀려 묻혀버리기는 했지만….

또 골프웨어는 점잖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원색 위주의 ‘버드 랜드’를 선보여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좌절은 없다=“길에는 자갈밭도 있고 아스팔트 길도 있게 마련입니다. 순탄한 행로만 이어질 수는 없죠.”

이사장은 지난 98년 불어닥친 외환 위기를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있다. 세인트 자사 브랜드 제품을 팔기도 하고 빅벨·빅게이트 등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기도 하면서 연 60억원의 매출을 기록, 한때 잘나가는 의류업체를 경영했던 이사장. 그런 그가 공장을 증설하는 등 중견업체로의 도약을 꿈꾸던 때에 ‘IMF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

원사를 제공하던 업체의 부도로 자금 조달에 구멍이 난 것. 공장과 집이 경매에 부쳐졌고, 하루 아침에 무일푼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장사가 잘되다 보니 자신감에 다소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이 화를 자초한 거죠. 그러나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이사장은 외환 위기때의 쓰라린 경험을 교훈삼아 제조중심에서 유통중심으로 경영전략을 바꿨다. 안전위주 노선을 선택했다. 현재 제조부문은 골프웨어를 중심으로 임가공 형태로 꾸려나가고 있다.

◇맨손으로 출발=혹자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부모가 물려준 일을 발판으로 업체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사장의 출발은 작았다. 군인이었던 지금 남편의 믿음직한 모습에 반해 결혼을 했지만 가진것이라곤 젊음 뿐이었던 그들을 기다리는 건 냉혹한 현실이었다.

이사장은 신혼 보름만에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결혼 패물인 금붙이를 전부 팔아버렸다. 그것이 27년전 당시 5만원. 그 돈으로 남대문 시장에 가게를 얻었다. “그때 시세로 10만원은 있어야 가게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절반은 빚이었죠. 정말이지 밤잠을 설쳐가며 이를 악물고 일했어요.”

열심히 한만큼 장사가 잘 되는 건 당연한 일. 3년만에 채무와 월세살이를 청산하고 어엿한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이사장은 아이들에게도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을 자격도 없다”고 늘 강조하며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용돈을 해결하도록 하는 등 자립심을 키우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왠만한 일은 나홀로 한다=이사장은 억척스럽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회사경영자 주부 어머니 며느리로서 몸이 몇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파출부 한 번 고용한 적이 없을 정도다.

특히 골프의류 광고비용을 아끼기 위해 남편과 함께 직접 모델로서 카메라 앞에 나섰던 일화는 지금도 의류 업계에서 화제거리다.

“비용 절약도 중요했지만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옷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어요.”

그는 싱글 수준을 자랑하는 골프 뿐만 아니라 수영·볼링·헬스 등에 두루 능한 만능 스포츠우먼이다. 스포츠 의류를 생산하면서 제품 질을 테스트 하는 차원으로 꾸준히 운동을 한 덕택이다.

◇‘더불어 사는 삶’ 예찬론가=이사장은 7남매중 세째딸로 태어났다. 형제가 많은 가정속에서 성장한 때문인지 정이 참 많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 인생 선배로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사회인이라면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18년째 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 관한 일이라면 두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다. 우선 서울지검 서부지청 범죄예방위원·홍은3동 명예 파출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이 지역 청소년 선도활동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또 서대문구청 체육회 이사로서 체육 꿈나무들을 위한 후원금과 스포츠 의류용품 지원 또한 이사장에겐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열성은 지난 94년 중소기업은행 남가좌동 지점장이 모 방송국에 인터뷰 대상자로 추천을 했을 정도로 대단하다.

이와 함께 안양·대구·청주 등 전국 각지 소년원을 정기적으로 방문, 원생들에게 위문품을 전달하고 따뜻하게 격려하는 일도 10년이 넘도록 거른적이 없다.
지난달에는 청주소년원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았다. 명지대 경영대학원과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할 만큼 학구열도 대단하다.

이사장은 “20여년간 세인트어패럴을 경영하며 쌓은 노하우는 가장 소중한 재산”이라며 “위기는 일단 넘긴만큼 앞으로 온라인 진출 등 의류 유통 사업을 다각화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anyung@fnnews.com 조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