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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 전면개정 문제점] 십년 걸릴일 일년에 ‘뚝딱’ 졸속 우려


내년부터 기업의 회계기준이 전면적으로 바뀐다. 회계기준 제, 개정권을 가진 회계연구원은 올해안에 22개 계정과목의 회계처리 방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아래 현재 작업을 추진중이다. 회계기준의 양식도 법조문 형식에서 계정과목별 설명서 양식으로 바뀐다.

회계연구원은 이미 회계기준 개정 공개초안 1∼7호를 발표하고 관련기관의 의견을 수렴, 검토중이다. 이중 1호인 회계변경과 오류수정은 이미 기준서를 확정했다. 하반기에는 대차대조표등 재무제표 양식 3가지와 충당금 부채, 채권채무 회계처리, 재고자산 등의 개정안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 98년이후 3년만에 이뤄지는 이같은 개정은 회계기준의 국제화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졸속개정 우려=회계기준을 개정한다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언어를 바꾸는 것 만큼이나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회계는 기업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정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수십년 동안 조금씩 개정된 회계기준을 회계연구원은 불과 1∼2년사이에 압축개정하려 한다”며 “공개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시한이 불충분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의견을 낸 적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회계계정 한 항목을 개정하는데도 몇년씩 걸린다”며 졸속개정을 우려했다.

금융감독원도 불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관성있는 계정과목을 모아서 한꺼번에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조각조각 분리해 공개초안을 완성, 전체적인 흐름을 읽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깊이있는 연구를 통해 회계기준의 완전성을 높여야 할 연구원이 단기실적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너무 서둘다 보면 많은 부작용을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개초안중 일부항목은 국제기업회계기준을 번역한 수준에 불과해 실무에서 적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 초비상=기업의 회계관계자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3월30일 공포된 공개초안 1호(회계변경 및 오류수정)부터 시작, 앞으로 1∼2개월마다 하나씩 계속해서 회계기준이 바뀐다.

이에따라 회계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정할 수도, 개정작업이 끝날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에 빠졌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기업의 회계담당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대단하다”고 밝히고 “문제는 개정되는 회계기준이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상호연관성을 가지는 회계의 특성상 최종 개정작업이 끝나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기준에 무리하게 맞추다 보니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부분도 적지 않다. 원자력발전소 처럼 사용이 완료된 후 토지를 복원해야 할 경우 미래의 철거, 매립등 복원비용까지 현재가치로 환산하도록 했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도 불만이다. 나라별 사정을 고려, 선택의 폭을 넓혀놓은 국제기준을 따라 개정되는 이번 회계기준은 결국 회사경영진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넓혔다는 것이다.

◇논란을 빚는 부분들=회계연구원은 무형자산 회계처리에서 창업비와 개업비는 무형자산에서 제외토록 했다. 이에따라 내년부터는 창업비중 아직 상각하지 못한 금액은 전액 이익잉여금에서 차감해야 한다. 잉여금이 갑자기 줄어듦에 따라 배당가능재원이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된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사채부분과 주식부분으로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현실적으로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자산의 복원비용을 현재가치로 평가해 원가에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리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현재가치를 평가하기가 여간 쉽지않은데다 분식회계를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모회계법인 대표는 “지금부터라도 민간기업과 회계법인 등 이해관계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개정작업 속도를 늦추고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jklee@fnnews.com 이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