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fn프로우먼―우성화 티켓링크 사장]“문화티켓 예매 이젠 클릭하세요”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21 06:22

수정 2014.11.07 13:51


“서른 하나.아니 스물 일곱.”

‘나이를 잊고 사는 여자’ 우성화 지구촌문화서비스 사장(37)은 ‘나이가 몇이냐’는 물음에 자신의 나이는 ‘20대에서 멈춰버렸다’고 웃으며 말했다.벌써 사업을 시작한지 13년째.그동안 그가 나이마저 잊은 채 얼마나 바쁜 생활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는 표준전산망을 통한 입장권 예매사업과 관련 인터넷 사이트(ticketlink.co.kr)를 운영하는 업체.공익적 차원에서 1년에 1∼2번 공연하는 지방공연장까지 하드웨어를 구축해 줄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문화전도사’들이 일하는 곳이다.

◇말릴수 없는 재능=우사장이 이벤트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릴적부터.초등학교 시절 줄곧 반장을 했었던 그는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을 모아놓고 뮤지컬을 만들어 1주일에 한 번씩 공연도 했고 담임선생님은 그가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다.

“그런 일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그래서 ‘성인이 되면면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까지 했다.그때부터 이런 사업을 할 것이란 조짐이 있었던 것 같다.늘 뭔가 일을 벌이는게 좋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친척 동생과 함께 ‘에이팀’이라는 이벤트 전문회사를 열었다.그리고 불과 1년 만에 88년 ‘서울프레올림픽 쇼’ 기획을 맡아 행사를 성공리에 진행했다. 또 이듬해에는 ‘올림픽 1주년 행사’ ‘제1회 서울국제유아아동용품종합전’ ‘베네통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를 맡아 처리했으며 그 후 ‘청와대 어린이날 기념행사’ ‘서울 정도 600년’ ‘아시아태평양 관광협회(PATA) 총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주관해 주목을 끌었다.현재까지 그의 손을 거쳐 치러진 행사만도 200여건에 이른다.

◇도전의 연속=그가 이룬 성과 중 뭐니뭐니 해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티켓 판매 전산 시스템(일명 티켓링크)을 구축한 일.

“초창기에는 행사 하나를 위해 티켓을 만들어 검인도장을 찍고 각 예매처에 일일이 배포했다.어떤 예매처에서는 티켓이 남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부족한 일도 있었고 행사가 끝난 뒤에는 회수한 표의 수를 일일이 세어 수익금을 계산해야 했다.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직원들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티켓 관련 일을 맡지 않으려고 했다.”

국내 티켓문화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고 있던 그는 지난 9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뮤지컬을 보러갔다가 컴퓨터를 이용한 티켓 예매시스템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결국 캐나다 티켓 전산망 운영자를 통해 신기술을 이전받았다. 그리고 96년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를 설립, 세종문화회관 입장권 전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판매대행 서비스를 실시했다.

우사장은 “담당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세종문화회관을 설득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그러나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는 불과 15일만에 끝났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250억원을 투자해 영화관과 공연장·관광시설·경기장 등 현장매표소에 표준화한 전산발매 시스템을 설치하고 한국통신·한국정보통신·한국컴퓨터 등과 자본·업무제휴도 맺었다.덕분에 현재는 공연장의 80%, 영화관의 40%, 스포츠 경기장의 100%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50억원.올해는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사장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이벤트 팀을 분리해 ‘엔터비즈’라는 이벤트 회사를 만든 것.그는 “앞으로 우리 나라의 우수한 공연을 외국에 알리는 일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력으로 승부=우사장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말못할 고충을 수없이 겪었다고 한다.여자가 기업을 한다고 하니까 ‘집안이 좋아서’ 또는 ‘로비를 잘해서’라는 등 구구한 억측이 많았다.왠지 여성을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걸림돌이었다.

“아이디어가 좋았음에도 프로젝트가 취소된 경우가 많았다.한마디로 젊은 여자 사업가는 못 믿겠다는 것이었다.특히 서비스업이라 그들의 눈앞에 뭔가를 보여줄 수가 없어 더욱 힘들었다.”

이때 그가 만든 유일한 경영철학이 ‘절대 로비와 접대는 없다’는 것.오직 실력만으로 상대방과 경쟁하겠다는 의미다.우사장은 “접대나 로비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비즈니스를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직 실력을 통한 정공법만이 승부의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그 뒤 우사장은 ‘그냥 열심히 일하자’는 생각으로 뛰었다.이로 인해 ‘일 중독’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3년 전 늦깎이 결혼을 했는데 ‘배가 남산 만한 상태’에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종일 업무를 처리하고 그날 저녁 병원에 실려가 아이를 낳았다.

우사장은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자기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사업도 결국엔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여러가지가 있을 지도 모른다.그러나 돈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더욱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천명’으로 받아들이고 정말 일을 즐기며 살고 있는 사람, 우성화 사장.이 시대 프로우먼의 모델이 될만하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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