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건강보험공단의 도덕적 해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21 06:22

수정 2014.11.07 13:50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은 궁극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포함하여 국민 개개인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 핵심이다.올해 시행할 단기대책 가운데는 진찰료와 처방료 통합을 비롯하여 주사제 처방료 조제료 삭제 등 지출억제부분도 없지 않지만 감기 등 가벼운 질환에 대해서는 환자본인 부담을 늘리고 담뱃값의 2%를 부과해 온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1갑당 150원 수준으로 올리는 등 방법은 다르지만 주로 국민부담에 의존하고 있다.적지 않은 반발을 무릅쓰고 정부가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그만큼 의보재정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방만성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충격을 지나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감사원 감사결과 국민보험공단은 직원수가 작년에 439명이 줄었는데도 인건비 총액은 오히려 379억원이나 늘어났다.임금을 정부 가이드 라인(5%)의 거의 3배나 되는 14.2%나 올렸기 때문이다.
또 파업노조원 4976명을 포함한 5201명에게 155억원을 연리 5%로 지원한 뒤 이들에게 석달에 걸쳐 시간외 수당과 휴일근무 수당 등을 전년 대비 260%나 증액지급하여 이를 상환토록 했다.한마디로 ‘대출·시간외 근무수당, 휴일근무수당’의 형식을 빌려 그냥 나누어 가진것과 다름 없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 한 지사의 경우 부과 보험료의 65.49%가 관리비로 지출되는,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행태도 감사원에 적발되었다.부과보험료의 25% 이상을 관리비로 지출하는 곳이 전체 235개 지사 가운데 50개나 된다는 것은 국민보험공단이 그동안 구조조정과 합리화에 얼마나 무신경하게 대처해 왔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그러한 국민보험공단이 자체 정비와 반성은 뒤로 젖혀놓고 바닥이 난 건강보험 적립금을 메우기 위해 기업어음(CP)을 발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보험공단의 방만성과 도덕적 해이를 그냥 둔채로는,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이나 공단의 CP발행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밑빠진 독을 그냥 둔 채 아무리 물을 갖다 부어도 독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건강보험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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