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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쟁력을 강화하자 <상>] 포철 베트남합작사 ‘효자노릇’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오늘의 한국경제를 일컬어 ‘샌드위치 경제’라고 지적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무역장벽을 두텁게 쌓아가며 한국경제의 활로를 막고 있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도약을 위해 애쓰고 있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경기는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오늘도 선진국과 후발국의 틈새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동남아시아의 현지에서 전후좌우의 견제 속에서도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현대자동차와 포항제철의 현지 시장 공략을 통해 샌드위치 한국경제의 탈출구를 모색해 본다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서 시내로 30여분간 가다보면 시내 한복판에 약간은 생소하면서도 한국기업을 연상케 하는 대형 옥외광고판이 눈에 띈다. VPS(VSC-POSCO STELL CORPORATION). 베트남 철강업체인 VSC사와 포철이 합작해 세운 현지법인이다.

이 회사는 포철이 지난 93년 합작을 체결, 95년부터 본격적으로 철근과 봉강, 선재를 양산하기 시작한 철강업체다.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이후 양국간 경제협력차원의 연장선에서 태동한 철강업체이긴 하지만 지금은 포철의 해외법인으로서 톡톡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버스로 4시간 거리에 있는 하이퐁시에 자리잡고 있는 VPS의 연간 매출액은 6000만달러 안팎. 세계 철강업계를 선도하는 포철의 ‘덩치’를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베트남 경제의 향후 발전가능성과 포철의 생산물량을 해외에서 정기적으로 소화해 준다는 점에서 VPS를 비롯한, 호치민의 포스비나가 차지하는 역할은 적지않다. 게다가 VPS는 시장진출 3년만에, 포스비나는 시장진출과 동시에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영자체가 견실하다.

이동식 하노이 소장은 “우리나라처럼 베트남도 동남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10%에 육박하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4.5%까지 하락했으나 이제는 거의 회복단계다.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외국인 투자가 다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 “VPS, 포스비나 등은 한국경제의 베트남 현지 거점으로서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VPS와 포스비나’의 거듭하는 변신=베트남의 VPS와 포스비나는 포철이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자리를 굳힌 모범사례로 꼽힌다.

호치민시에 있는 포스비나는 특히 현지시장 진출 원년부터 수익을 내는 알토란같은 법인이다. 베트남의 경제개발 초기인 지난 92년 아연도금강판 시장을 선점, 가동초기부터 흑자경영을 실현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순이익이 전체 투자비인 390만달러의 3배에 달하는 1035만달러를 기록할 정도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규 아연도금강판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면서 공급과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비나는 이에 따라 주력생산품목을 아연도금강판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컬러강판으로 전환키로 하는 등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철호 포스비나 부사장은 이와관련, “ 지난 1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데 이어 7월 1일 본격적인 공사에 착공할 방침”이라며 “내년 5월쯤 준공예정인데 최근 베트남시장의 컬러강판 수요를 감안할 때 5년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항하는 ‘해외 현지법인’=포철의 해외 현지법인은 현재 9개국 15개사에 달한다. 안정적인 원료 확보차원에서 지난 81년 호주 현지에 진출한 뒤 85년 홍콩에 철강관련무역 법인을 세웠다. 이후 90년대 들어 현지생산법인을 본격 설립하기 시작했다.

특히 90년 중반에 본격화한 중국현지 진출은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꼽히고 있다. 대련포금강판, 장가항포항강판, 장가항포항 스테인리스강, 순덕포항도신강판 등 4개사는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 매년 흑자를 기록중이다. 특히 장가항 포항강판의 경우 중국 현지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입지를 굳혔다. 포철 관계자는 “10여년전부터 쏟아부은 해외시장 진출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면서 “선진국의 장벽이 거세지는 등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해외현지에 둥지를 트는 것만이 효율적인 경영전략”이라고 말했다.

◇‘샌드위치’의 철강산업과 해법은=2001년 6월. 한국철강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선진국들은 날이 갈수록 무역장벽을 높게 쌓아만 가고 있고 중국은 ‘한국철강’을 바짝 뒤�v고 있다.국내 업체간에도 이해관계에 얽매여 구조조정작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제품가격이 하락, 수익성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최근 자국내 철강업체를 보호하기위해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의 전단계로 실태조사를 지시하는 등 한국철강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한국산 철강제품이 미국으로부터 수입규제를 받고 있는 것은 14개품목, 19건에 달한다. 철강경기 둔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현 시점에서 미국의 통상법 201조가 발동될 경우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수출은 지난해보다 42%,100만�U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멕시코도 최근“지난 5월 수입산 철강으로 인한 산업피해조사 결과 26개 품목의 수입이 급증했으며 철강 산업 지역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면서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철강업체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며 국제무대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지난해 100여개 업체의 중소업체를 통폐합한 데 이어 최근 올들어 4개 철강업체로 대형화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지난 4월에는 중국최대업체인 상하이바오산철강을 중심으로 수도철강, 무한철강 등 3사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 우리의 중국수출은 18.9억달러로 전년대비 17.4% 증가에 그친 반면 수입은 9억달러로 57.9%나 늘었다. 중국과의 경쟁이 해외시장은 물론 우리 안방에서도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철강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업체간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해외의 주요거점을 확보, 현지경영으로 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lee2000@fnnews.com 하노이=이규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