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선심성 경제정책 경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24 06:22

수정 2014.11.07 13:49


경제의 정치로부터의 독립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가 정치의 종속변수로 전락할 때 경제의 골간은 흔들리고 한 나라 살림은 나락으로 빠져들기 십상이다. 또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려할 때 역시 정치발전은 기대할 수 없고 정경유착의 고리만 깊어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예정된 선거를 의식한 듯한 선심성 경제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정책 가운데 선심성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시책은 각종 세금의 감면 확대와 그린벨트(개발제한지역)의 해제로 집약할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발표된 세금 감면시책만도 6건에 이르는데 주로 주식시장과 건설부문에 몰려있다.
지난 4월에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의 골자는 침체된 증권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과 장기 투자자에게 세금감면의 혜택을 준 것이었다.주시시장의 불씨를 살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구조적 부실이 심각한 공공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은 기금 안정성에 결정적인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데에서 신중한 운용이 요청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600선을 맴돌면서 뜨지 않고 있음은 연기금투자의 한계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된 각종 법 개정안에는 또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한 갖가지 세금감면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 범위를 확대하고 신축주택 입주자에 대한 취득세및 등록세의 감면혜택을 늘리며 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해 부동산 취득세및 등록세를 감면하는 것등이 그것이다.

건설업계가 몰락의 위기에 몰려있는 현실을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100대 건설업체 가운데 40여개사가 법정관리나 화의 또는 워크아웃 상태에 있고 건설인력 10여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그 대책이 시급함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감면을 통해 신규주택의 건설을 촉진시키려는 시책이 자칫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와 일부 건설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더구나 소비자 실질소득이 줄고 구매력이 떨어진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린벨트의 지정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의 개정안은 선심성 성격이 두드러진다. 그린벨트의 취락지구 지정기준이 현행 ha 당 15∼25가구에서 10∼20가구로 완화되고 건축물 용도변경의 범위도 세차장 병원 등 34종으로 확대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루어진 그린벨트의 대폭적인 해제조치에 따라 전국토의 난개발은 심각한 환경파괴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세의 세수확대를 위해 개발붐을 일으키고 있는 요즘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겨냥한 선심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이런 여건 속에서 시행령 개정으로 난개발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여당측과 협의하여 사실상 확정한 판교 신도시 개발계획이나 서울 양재에서 판교를 거쳐 분당을 연결하는 새로운 분당선 전철 건설도 논난의 여지가 많은 사업이다.신도시의 건설 자체도 문제려니와 9800억원이 소요될 전철 공사비의 75%를 국고에서 부담할 예정이기 때문에 재정에의 압력은 불가피한 일이다.

정부는 오는 2003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나라의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는데 세금 감면은 계속되고 세수 잉여금이 생기면 추경으로 써버리면 그 부담은 후손들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음에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작년말 현재 나라 빚은 무려 119조원으로 1년사이에 12조원이 늘어나 태어날 때부터 우리 국민은 1인당 255만원의 빚을 떠안는 셈이다.

올해 추경예산안의 편성도 문제다. 추경예산은 지난 96년이후 매년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라 살림살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추경편성은 불가피함을 인정하는 입장이다.그러나 이번 추경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 따른다. 지방교부금의 정산을 위해 추경을 짰다하나 지방교부세법에 따르면 차액은 내년도 본예산에 계상해도 늦지 않는 일이다. 지방교부금을 추경에 편성하여 조기 집행함으로써 선심성 시책을 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작년의 세계잉여금은 잘못된 세수 추정으로 3조6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하여 생긴 것이 대부분인 만큼 국채를 상환해야하는 당위성은 더욱 커진다.
이것은 또한 정부가 추진하다가 유보된, 추경편성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안의 정신에도 위반됨은 물론이다.올해 본예산에서도 정작 줄여야 할 지역구 사업등 선심성 예산은 삭감하지 않고 재해대책비등 예비비만을 줄인 결과 가뭄으로 인한 추경의 필요성이 제기된 점을 고려하면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거를 의식한 경제정책은 부메랑이 되어 경제의 기조를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뿐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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