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미·EU 통상마찰 심상치 않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25 06:23

수정 2014.11.07 13:47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미 무역위원회(USTR)의 요청으로 외국산 철강 수입으로 인한 미국 철강업계의 피해조사에 착수함으로써 ‘철강분쟁’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만약 미국이 내년 2월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게 되면 우리는 최악의 경우 60만∼100만톤의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대해 주요 철강수출국인 유럽연합(EU), 일본 등과의 공조로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힘겨운 한판 싸움은 피할 길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철강분쟁’이 철강 한 종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전면적인 통상마찰, 나아가서는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 있다. USTR가 ITC에 철강피해조사를 공식으로 요청한 것과 때를 같이해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의 해외판매법인(FSC)에 대한 세제상의 우대조치가 WTO규정에 위배된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EU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국은 만약 EU가 벌금을 부과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또 EU의 독점규제당국은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하나웰간의 440억달러 규모의 합병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163년 전의 ‘묶음이론’(bunding theory)를 들고 나오는 등 미국과 EU간의 통상마찰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철강으로 대표되는 통상분쟁의 격화는 한마디로 세계경제가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이익을 지키기 위한 갈등이 그만큼 심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강한 달러에 집착하고 있는 미국이 통상장벽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유로통화가 EU 전역에서 통용될 내년 1월을 앞두고 미국과 EU간의 자국통화 지배권 강화정책이 지금 통상마찰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과 EU는 나름대로 자유무역지대를 확산시켜 영향력 극대화도 추진하고 있다.
WTO체제의 세계경제는 호혜적인 다자주의가 아니라 지역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지대 확산에 의한 자국 이익 극대화로 달리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철강 등 개별 품목에 대한 통상마찰 극복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 수립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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